[김형준 정치비평] 천안함 침몰에서 정략 유혹 끊어라

[김형준 정치비평] 천안함 침몰에서 정략 유혹 끊어라

입력 2010-03-31 00:00
업데이트 2010-03-31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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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해군의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 사고로 침몰했다. 군 당국이 빠른 물살과 수압, 시야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구조작업을 펼쳤지만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천안함 실종자 대부분이 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를 군이 아니라 어선이 발견한 것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참으로 비통하고 안타깝지만 우리는 침몰 사고의 위기를 통해 강하게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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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첫째, 침몰 원인과 의혹에 대해 사소한 사실 관계라도 숨기지 말고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물론 핵심은 침몰이 기뢰나 어뢰 등 외부 공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내부 폭발에 의한 것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진상 규명이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함선이 두 동강 났다는 것은 외부의 강력한 충격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북한에 의한 공격으로 단정 짓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의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고에 의한 것인지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둘째, 정략적 관점이 아니라 초당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민주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외부 공격이었다면 완벽해야 할 군의 대비태세에 구멍이 있는 것이고, 내부의 안전사고라면 군의 기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며 “민주당은 국회에서 이 사건이 왜 일어나고 우리 군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철저하게 따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벌써부터 야당은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현 정부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힌 셈이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은 천안함 침몰 사고의 진상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해 당내 ‘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한 것 같다.

야당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이번 사건과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연결시키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문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발표는 혼란과 의혹만을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야당은 군이 민간인을 포함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여당도 군 당국의 조사가 미흡할 경우, 야당과 함께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군이 잘못한 점이 발견되면 야당과 함께 정부를 질타하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셋째, 지방선거와의 분리원칙이다. 선거를 두 달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후보들의 공약 발표, 출마선언 등 모든 정치 일정이 취소되었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지방선거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이번 침몰 사고가 어떤 형태로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만약,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그야말로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이런 북풍 변수는 야당보다는 여당에 유리할 것이다. 반대로 내부 폭발이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야당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현명한 유권자는 선거와 침몰 사고를 분리해서 대응하는 성숙한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2006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2.2%가 우리나라 선거가 실제로 유권자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국민 2명 중 1명 (47.9%) 정도는 지지할 후보나 정당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투표에 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묻지마식 감성투표가 존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나쁜 상황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는 특정 사건이나 선동에 의한 감성적 투표에서 벗어나 후보의 공약을 철저히 검증하고 자신이 던진 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때만이 질 높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유권자는 특정 사건이나 선동에 의한 감성적 투표에서 벗어나 후보의 공약을 철저히 검증하고 자신이 던진 표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10-03-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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