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단체의 후원금은 시민으로부터 나와야

[사설] 시민단체의 후원금은 시민으로부터 나와야

입력 2011-10-03 00:00
업데이트 2011-10-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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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가 몸담았던 ‘아름다운재단’이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기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박 변호사가 사무처장이던 참여연대 부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우선 감시대상으로 선정한 기업들이 대부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서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다뤘던 강 의원은 “2001년부터 10년 동안 11개 기업이 아름다운재단에 총 150억여원을 기부했다.”면서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이 설립한 재단에 기업들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행위는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아름다운재단과 재정적, 사업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회에서도 민주당의 박영선 의원과 민주노동당의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은 아름다운재단이 재벌과 론스타로부터 받은 후원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 돈으로 단전·단수 가구와 싱글맘들을 지원했다.”면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을 공격해 서운하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은 오는 26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의 후원금은 시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기부 문화가 척박한 한국에서 시민단체를 꾸려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시민의 후원으로만 운영할 수 있는 시민단체는 거의 없다고 시민운동가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을 기부 받아 운영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관행화된다면 장기적으로 그 순수성에 흠집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변호사는 서울시장 선거에 드는 비용 수십억원을 단 며칠 만에 시민들이 모아준 펀드로 충당하게 됐다. ‘박원순 펀드’는 정부나 기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자발적인 돈이기 때문에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시민단체들은 회계 처리의 투명성 외에 모금 방식의 도덕성도 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2011-10-0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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