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 디폴트’ 정교한 방어벽 구축하라

[사설] ‘그리스 디폴트’ 정교한 방어벽 구축하라

입력 2012-05-18 00:00
업데이트 2012-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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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는 총선이 치러진 지난 6일 이후 7억 유로가 넘는 자금이 미국 등으로 빠져나가는 등 패닉 상태다. 이 와중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자본 확충 계획이 지연된 그리스 은행 4곳에 유동성 공급을 중단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증시는 동반 급락하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는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가가 곤두박질치다 어제 추락세를 면하긴 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11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이달 들어 3조원에 가까운 돈을 빼낸 것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문제는 그리스 자체보다는 후유증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이웃 나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디폴트 상태가 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포르투갈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불똥이 튀어 유로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또 그리스의 긴축 회피가 잘못된 선례가 돼 유럽 경제위기 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실제 발생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고, 그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위해 힘을 쓰고 있고, 유럽이 7500억 유로를 비상금으로 쌓아 놓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어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으로서는 그리스 퇴출비용만 1조 유로(1480조원)가량 든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유로존과 그리스가 결국 적정선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리스 디폴트와 유로존 붕괴라는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정교한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제 정부가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비상대책’을 재점검했듯이 정신 바짝 차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올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위기 시 동원할 수 있는 재정·금융정책의 ‘룸’(여유)을 만들어 두는 한편 신용경색 방지, 외화유동성 확보, 유럽계 자금 이탈 여부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2-0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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