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주말 농부/이경형 주필

[길섶에서] 주말 농부/이경형 주필

이경형 기자
입력 2016-06-10 22:30
업데이트 2016-06-1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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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만에 밭에 갔다. 고추, 가지, 오이 모종을 옮겨 심은 지는 한 달도 넘었다. 진작 지지대를 세워 묶어 줘야 했는데, 늦었다. 고춧대가 바람에 구부러진 채 햇볕을 받으려고 온몸을 비틀고 있는 게 한둘이 아니었다. 고춧대 아랫부분 반 뼘 정도는 일찌감치 잔가지와 잎을 제거하고 첫 꽃도 따줘야 실한 고추가 되는데 역시 좀 늦었다. 가지도 밑둥치 부근의 잎은 모두 따 줘야 하는데 무성하게 자라 버렸다. 뒤늦게나마 지지대를 박아 고춧대와 가지를 바로 세워 묶어 주고 잔잎들을 따 주었다.

오이도 알루미늄 파이프로 지주목을 만들어 세워 놓긴 했으나 오이순들이 거기까지 타고 오르는 유인줄을 매달아 주지 않아 땅으로 기고 있었다. 어떤 놈은 옆 고랑으로 뻗어나가 흰 감자 꽃대를 감고 있다. 이미 열린 어린 오이를 조심스레 가다듬으면서 비닐 끈을 지주목에 연결해 오이순을 감아 주었다. 작업 도중 오이순이 뚝뚝 부러지기도 했다. 밭에 자주 왔어야 했는데 오이한테 미안했다.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놓친 만큼 부실한 흔적이 수확 때까지 계속 남는다. 세상사치고 적기를 놓치면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이 비단 농사뿐이랴.

이경형 주필 khlee@seoul.co.kr
2016-06-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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