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심심(心心)/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심심(心心)/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7-06-14 22:08
업데이트 2017-06-14 23: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내 방의 괴상한 풍경화. 저 귀퉁이에 가습기, 이 귀퉁이에는 제습기. 꽁꽁 싸맨 한겨울의 강파른 공기를 눅여 주던 것, 저만치 장마가 닥쳐오는 이즈음 요긴해지는 것이다. 태생적 사명이 엄연히 다른 사물들이 한 공간에서 머리 맞댈 까닭이야 애초에 없다. 글로 치자면 형용모순, 말로 치자면 이율배반.

작은 방안의 모순과 배반은 순전히 내 게으름 탓이다. 어차피 찬바람 날 텐데, 돌아서면 또 장마철일 텐데. 제때제때 치우지는 않고서 철철이 핑계 꾸러미다. 그렇게 붙박이 가구가 되고만 물건들은 본의 아니게 용도 변경돼 있다. 제습기는 아예 책 선반으로 둔갑한 지 몇 달째. 이런저런 욕심에 내 손으로 끌어들인 사물들이 오늘은 문득 각다귀마냥 성가시고 번잡스럽다.

옛 현인들은 겨우 좌탁 하나 놓은 방에서 마음을 굶겨 바다만 한 마음을 얻었다지. 그 요령의 발치에도 못 따라가면서 나는 자꾸 내 공간을 좀먹는 시속의 이기(利器)들만 탓하고 앉았다.

욕심이 걷혀 여백인 방 안에서는 마음도 비워질는지. 심심해진 방에 심심함이 넘치게 고여, 머리가 잠기도록 한 번 심심해 봤으면 좋겠네.
2017-06-15 31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