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잊는다는 것/손성진 논설주간

[길섶에서] 잊는다는 것/손성진 논설주간

손성진 기자
입력 2017-10-27 17:52
업데이트 2017-10-27 18:0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우리는 매일 기억을 저장하고 한편으로는 기억을 버린다. 기억을 버린다는 것은 잊는 것이다. 망각이다. 그리고 잊지 않는 힘, 즉 기억력은 조금씩 약해진다. 저장하는 기억보다 버리는 기억이 더 많아진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 것은 잊는 것이다. 이별보다 슬픈 것은 잊는 것이다. 나 자신이건 타인이건 오래도록 기억되길 우리는 원한다.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최영미, ‘선운사에서’)

잊지 않는 힘이 점점 약해지는 나는 슬프다. 잊는 것보다 잊는 내가 더 슬프다. 슬프다기보다 서글프다. 내 궤적을 필름으로 몽땅 담는다면 얼마나 될까. 계산상으로 대략 평생이 700TB 정도 된다. 겨우(?) 그 정도인데 쇠약한 내 머리는 벌써 힘을 잃어 가고 있다.

다 돌지도 않은 필름을 되돌려 본다. 인생극화를 돌린다. 돌아가는데 중간중간 끊겨 있다. 어느 때는 내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관객이기도 하다. 나는 활짝 웃다가도 어느 순간 슬프고 화가 나 있다. 필름이 다 돈 지금 나는 더 슬프고 화가 나 있다. 아무리 해도 복구할 수 없는 끊긴 필름 때문이다.

sonsj@seoul.co.kr
2017-10-28 23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