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위대한 삶/이동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위대한 삶/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0-11-23 20:14
업데이트 2020-11-24 01: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자식을 장가보내고 보니 우리 부모님의 심경과 고충을 알겠네.” 최근 맏아들을 장가보낸 한 친구의 넋두리가 예사로이 들리지 않았다. “그 어렵던 시절 4~5명 이상의 자식을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책임졌던 부모님 생각이 앞섰다”며 혼주가 된 소감을 차분하게 들려줬다.

친구의 말과 표정에서 새삼 우리 주변 모든 부모님의 삶이 ‘위대함’으로 다가왔다.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절임에도 4~5명의 자식을 교육시키고 혼사까지 마무리해야 책임을 다했노라고 한숨 놓으시던 부모님들. 모두가 대단한 삶을 사셨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기껏해야 1~2명뿐인 자식조차 제대로 뒷바라지 못 할까 노심초사하는 게 우리 주변의 부모 모습이 아닌가.

딱히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태가 우리 삶을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변명도 해 보고 싶다. 복잡해진 세상살이에 쉽게 지치고, 풍요로움 속에 뒤처질세라 언제나 부족한 듯 허둥지둥 살고 있는 모습. 역할을 다해 냈다는 뿌듯함보다는 허전함이 더 큰 삶에 초라함이 느껴진다. 부모 역할이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만 커져 간다. 이제야 철이 드는 것일까.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는 소월의 시구가 불현듯 떠오른다.

yidonggu@seoul.co.kr

2020-11-24 29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