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쿠르드족의 슬픔/구본영 이사대우 논설위원

[씨줄날줄] 쿠르드족의 슬픔/구본영 이사대우 논설위원

입력 2014-10-17 00:00
업데이트 2014-10-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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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 이슬람국가(IS)의 득세로 약소민족 쿠르드족의 수난이 재연될 참이다. IS의 공세에 맞선 국제연합전선에 가세하고 있지만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이면서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시리아 두 나라에서 수천년 정주지를 IS에 내주고도 인접한 터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IS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 양쪽에서 전선을 확대 중이다. 이라크 쪽에서는 최대주(州)인 바그다드 서쪽 안바르주까지 완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도 터키 접경 북부 도시인 코바니를 한 달째 공격하고 있다. 미국 주도로 국제연합전선이 수십 차례 공습에 나섰지만, 미 지상군이 개입하지 않으면 함락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코바니의 다수 인구를 점하는 쿠르드족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여성 전사들이 자폭 공격에 나서는 등 사력을 다하고 있다. 여차하면 터키로 피란을 가야 할 판이나 이마저 여의치 않을 형편이다. 터키가 거꾸로 자국 내 쿠르드반군의 거점을 공습했기 때문이다. 쿠르드족 분리독립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IS 발호의 최대 피해자는 쿠르드족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이들은 4000여년 전부터 이란·이라크·터키·시리아 등에 걸친 쿠르디스탄 지역에 흩어져 살아온 비운의 민족이다. 강대한 민족들과 생활 근거지가 겹치고 있는 지정학적 특징도 약소민족의 슬픔을 곱씹게 하는 요인인 셈이다. 아리아 계통의 민족으로 역사적으로 아랍, 터키, 페르시아 등 이민족들이 세운 큰 제국들에 눌려 세를 키우지 못했다. 지금도 IS와의 전쟁에서 가장 많은 피를 흘리면서도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종파 갈등이 그 배경의 일부다. 쿠르드족의 다수 종교는 수니파로,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이라크에서도 경원시되고 수니파 국가인 터키·시리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쿠르드족에게는 친구가 없고 산(山)만 있다.” 그들의 속담이다. 속담의 앞부분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냉엄함을 웅변하는 것 같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아테네가 정의를 내세우는 중립국 멜로스를 정복하면서 “강자는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약자는 해야 하는 것을 한다”고 했듯이. 쿠르드족도 국제사회에서 합당한 대접은커녕 이웃으로부터 핍박당하기 일쑤였다. 속담의 뒷부분처럼 쿠르디스탄 지역은 대부분 험준한 산악이다. 오랜 역사에서 쿠르드족이 똘똘 뭉치기에는 불리한 지형이다. 하긴 요즘 다른 민족의 장래를 걱정하기 전에 우리 내부를 돌아봐야 할 듯싶다. 강대국들로 둘러싸인 한반도에서 좌우로 편을 갈라 진영 싸움에 여념이 없으니 말이다.

구본영 이사대우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14-10-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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