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연금 충당 부채를 보는 두 시각/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고려대 경제과 겸임교수

[열린세상] 연금 충당 부채를 보는 두 시각/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고려대 경제과 겸임교수

입력 2014-04-23 00:00
업데이트 2014-04-23 02:2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2013년회계연도 국가 결산보고서‘가 공표된 이후 연금충당부채(지급할 연금액보다 보험료를 적게 걷어서 발생하는 부채)가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 국가부채 1117조원 중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충당부채가 596조원에 달해서다. 늦은 감은 있으나 국가 결산보고서에 공적연금 충당부채를 명시한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연금충당부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미지 확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먼저 ‘2013년 국가결산보고서’에 충당부채 속성의 모든 연금부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가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학연금은 연금충당부채 산정에서 제외됐다.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나 공무원연금과 유사한 지급조항이 있다는 점에서 60조원이 넘는 사학연금 부채도 국가 부채의 일부로 봐야 할 것 같다. 작년 지급보장 입법논란 끝에 연금지급에 국가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국민연금 잠재부채(Implicit pension debt)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국가가 유지되는 한 국민연금 지급을 멈출 수 없어서다. 제도 역사가 짧음에도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한 국민연금의 잠재부채도 이미 400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의 공식적인 지급보장 유무, 국가결산보고서에의 연금충당 부채 포함 여부와 상관없이 광의의 연금충당 부채를 1000조원 이상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하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금충당부채에 대한 적절한 통제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연금충당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들어 오래전부터 필자를 포함한 일부 연금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해 왔다. 반면에 향후 걷을 보험료로 연금충당 부채 상당액을 지급할 것이기 때문에 연금충당 부채의 일부만이 국가부채라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처럼 상반된 주장이 제기될 경우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험료를 얼마 걷든 약속한 연금액은 반드시 지급한다”는 확정급여방식(DB) 연금제도의 속성상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보다 보험료를 적게 걷으면 충당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모든 공적연금제도가 확정급여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표된 연금충당 부채가 모두 국가부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년 적자가 발생하지 말아야 하며 동시에 이미 쌓인 연금충당 부채도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2014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 보전액이 3조 8000억원에 달하리라는 전망은 걷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연금지출액이 많아 앞으로도 연금충당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사학연금과 국민연금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상황은 유사하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인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연금충당 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연금 자동안정장치(Built-in-stabilizer)를 도입했다. 스웨덴은 15년 전, 노르웨이는 3년 전에 도입했다. 통일문제로 최근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독일,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도 10여년 전에 이미 연금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며칠 전 한국과 일본을 담당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렌달 팀장이 보내온 이메일이 필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일본이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음에도 인구 고령화로 인한 연금지출 증가가 정부재정을 악화시키고 있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6월 일본에 갈 것이라는 내용 때문이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14년 말 일본 국가부채는 GDP 대비 242%로 예상된다. 그러나 막대한 국가부채 중 외국인 투자 비중이 8%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정부부채 규모가 크긴 하지만 부채 대부분을 일본 내부에서 소화하고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부채다, 아니다”하면서 연금충당 부채 성격에 대해 논쟁하는 우리가 한가해 보인다. 연금충당 부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이미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음에도 스웨덴과 일본 등은 추가적인 연금개혁을 고민하고 있어서다. 현재 GDP 대비 7%선인 사회보험과 기초노령연금 지출이 인구 고령화로 인해 26년 뒤인 2040년 19.7%에 달할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2040년 이후에는 노인인구 비율이 일본과 유사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연금개혁 방향성과 함께 연금개혁 강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서둘러야 할 때인 것 같다.
2014-04-23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