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지공장 기공… 브라질 상파울루를 가다

현대자동차 현지공장 기공… 브라질 상파울루를 가다

입력 2011-02-28 00:00
업데이트 201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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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가격 따봉! ‘윤다이’는 드림카”

지난 26일 낮 1시쯤(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중심가인 파울리스타 거리. 길 가던 여성 두명이 길가에 서 있는 검은색 신형 쏘나타를 호기심 어린 눈길로 둘러보느라 여념이 없다. 기자가 다가가 “이 차가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지 아느냐.”고 묻자 그 중 한명인 카롤리나(29)는 “윤다이~!”(‘현대’의 브라질식 발음)라고 답했다. “현대차가 마음에 드는가.”라는 질문에 카롤리나는 “물론이다. 특히 디자인이 예뻐 언젠가는 꼭 갖고 싶은 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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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현대자동차 공장 기공식에서 신종운 현대차 부회장과 제라우두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가 초석에 각각 서명한 뒤 주요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길레르미 아피프 상파울루 부주지사, 바르자스 네그리 피라시카바 시장, 알키민 주지사, 신 부회장, 알베르토 골드만 상파울루 전 주지사, 박상식 주브라질 총영사, 이영섭 협력사 대표 회장. 상파울루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브라질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열린 현대자동차 공장 기공식에서 신종운 현대차 부회장과 제라우두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가 초석에 각각 서명한 뒤 주요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길레르미 아피프 상파울루 부주지사, 바르자스 네그리 피라시카바 시장, 알키민 주지사, 신 부회장, 알베르토 골드만 상파울루 전 주지사, 박상식 주브라질 총영사, 이영섭 협력사 대표 회장.
상파울루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현대자동차는 지금 브라질에서 가장 설레고 흥분되는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브라질 소비자들의 ‘입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상파울루 거리를 누비고 있는 차량의 다수는 피아트, 폴크스바겐 등 유럽차들이다. 하지만 몇년 전만 해도 가뭄에 콩 나듯 보이던 현대차를 지금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 2006년 0.4%에 불과했던 현대차의 브라질 시장 점유율은 불과 4년 만인 지난해 그 6배인 2.4%로 급성장했다. 기아차 점유율까지 합하면 지난해 시장 점유율은 4.1%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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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상파울루 시내 베히니 지역에 있는 현대차 대리점에도 현대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들은 대형차인 아제라(그랜저)에서부터 준중형 아이써티(i3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량을 둘러보며 어떤 차를 고를지 행복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동안 GM의 ‘메리바’를 타다가 이날 신형 투싼(ix35)을 구입한 모니카(36)는 “투싼의 디자인과 가격, 다양한 옵션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동급 차량 중에서는 대안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현대차는 ‘참신’과 ‘고급’이라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다. 브라질의 ‘국민차’로 오랫동안 맹주 노릇을 해온 피아트나 폴크스바겐이 딱딱한 외관에 식상한 느낌을 주는 반면 현대차는 유려한 디자인에 비싼 차라는 느낌을 준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 대리점이 들어선 상파울루 베히니 지역은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 해당하는 부촌(富村)이다.

현대차의 약진은 i30의 폭발적인 인기가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해치백 스타일의 i30는 지난해 동급 차량 가운데 20%의 판매 비중을 기록하며 유럽과 일본의 쟁쟁한 업체를 제치고 1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현대차가 브라질에 중남미 최초의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한 것도 i30의 약진에 고무된 바 크다. 내년 11월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 완공될 이 공장은 i30보다 한 등급 작은 크기의 소형차(B급·베르나급)를 집중 생산하게 된다. 브라질 국민의 54.4%가 B급을 구매할 정도로 실용적인 중소형차를 선호한다. 현대는 가장 파이가 큰 이 분야에서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25일 피라시카바시의 공장부지에서 열린 현대차 공장 기공식은 흥분과 감동의 한마당이었다. 대한민국 애국가가 장엄하게 연주되고 300여명의 브라질 초청 인사들이 예를 표하는 뭉클한 장면이 펼쳐졌다. 대형 멀티비전에 서울 광화문 광장과 청계천 등 한국의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지자 제라우두 알키민 상파울루 주지사를 비롯한 브라질 인사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브라질 국가 연주에 이어 축사에 나선 박상식 주브라질 한국 총영사가 브라질어로 “브라질 만세”를 외치자 브라질 인사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은 아직 벌판에 건물 골조만 눈에 띄었지만 기공식에서 현대는 원대한 비전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김기태 현대차 중남미지역본부장은 “지난해 현대차의 브라질 시장 점유율은 3% 정도였는데, 피라시카바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3년이 되면 현대차는 브라질 시장에서 30만대 이상 판매될 것이고 시장점유율도 10%로 포드를 제치고 전체 브랜드 중 4위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키민 주지사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라질과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현대차가 만난 것은 축하할 일”이라면서 “상파울루주는 앞으로도 브라질과 현대차가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웠던 이날 기공식에는 수십명의 브라질 기자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고 상파울루 지역 신문들은 기공식 기사를 1면 톱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상파울루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02-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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