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45만명 시위 “안보우선 정책 수정하라”
‘치즈 투쟁’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국민들의 생활고에 대한 분노가 3일(현지시간) 사상 최대 인파인 45만명을 거리로 불러 모았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국가 안보와 외교에 경제를 내줘야 했던 이스라엘 국민들은 정부의 우선순위를 전면 개혁하라며 ‘뉴이스라엘’ 건설을 촉구했다.이날 이스라엘의 10여개 주요 도시에서는 시위가 본격 확산된 지난 7월 중순 이후 가장 많은 인파가 결집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텔아비브에서만 30만명이 모였다. 일부 시위 조직이 ‘백만인 행진’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전체 인구 770만명 가운데 무려 6%가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시민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겨냥, ‘모든 세대가 미래를 원한다.’, ‘젖과 꿀의 땅이지만 모두의 것은 아니다.’라고 쓴 푯말을 들고나와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코티지 치즈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불매운동이 촉발된 지난 6월 중순. 25세 여성 다프네 리프가 텔아비브의 부자 동네인 로스차일드 거리에서 처음 텐트 시위를 벌이자 페이스북 등에서 뭉친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를 모방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도 시위의 동력을 앗아가진 못했다.
시위의 주역은 임금 격차와 고물가에 분노한 중산층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정부에 세금 감축과 주택 지원 확대, 공중보건시설의 민영화 중단,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징병제에 대한 부담도 크다. 현재 이스라엘의 실업률은 5.7%,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75%에 이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8%로 예상돼 재정위기에 직면한 미국, 유럽 등에 비하면 살림살이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독점과 빈부 격차가 심해 일반 국민들의 박탈감과 절망감은 깊다. 물가 안정 대책 등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7월 말 구성한 특별위원회는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네타냐후 총리는 사회 불균형을 해소할 진정한 경제 개혁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시민들은 ‘시간끌기 전략’일 뿐이라며 불신하고 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09-05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