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과학자들, ‘지진 위험 과소평가’로 재판받아

伊과학자들, ‘지진 위험 과소평가’로 재판받아

입력 2011-09-20 00:00
업데이트 2011-09-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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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일류 과학자들이 사전에 지진 위험을 과소평가해 사람들을 사망케 했다는 일종의 과실치사 혐의로 20일(현지시간) 재판을 받게 됐다.

현지 검찰은 저명한 과학자 6명과 정부 관리 등 7명의 피고인이 2009년 4월 중부 도시 라킬라의 강진 발생 전에 주민들에게 마땅히 대피령을 내렸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규모 6.3의 지진으로 308명이 희생되고 12만명이 피해를 봤으며, 중세 때부터 내려온 도시 건물 상당수가 파괴됐다.

검찰은 지난 5월 이들 전문가에 대한 기소장에서 “태만하고 경솔해서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상충되는 정보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지진활동의 위험을 평가하는 데 있어 대략적이고 포괄적이며 비효율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에 대해 ‘과학을 불공평하게 기소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 지진 관련 전문가는 지진 발생 엿새 전에 지진 위험을 산정하기 위해 패널로 모였다.

이 모임에서 민방위청의 프랑코 바르베리가 이끈 위원회는 도시 주변 지역에서 지난 4개월 동안 발생했던 400차례 이상의 저강도 진동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 지진의 사전 징조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에게 과도하게 안심시키는 정보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소된 과학자 중에는 최근까지 이탈리아 국립지구물리학및화산학회 회장을 지낸 엔조 보쉬와 제노바대학 물리학 교수인 클라우디오 에바 등이 포함돼 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자 과학자 5천여명이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보낸 집단 공개서한에서 “지진 발생 시간과 장소 및 강도를 단기간에 적시하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데도, 피고인들이 사실상 지진을 예견하지 못한 혐의로 형사 소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으로 아내와 딸을 잃은 의사 빈센초 비토리니는 “이번 재판으로 사고방식의 변화가 일어나 위험에 대한 소통에 더 많은 주의가 기울여졌으면 한다”면서 “어떤 사람도 지진이 정확히 언제 발생할 것인지 듣고자 하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폭탄 위에 앉아있다는 경고를 듣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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