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등급’ 받은 뉴욕 한식당 가보니

‘미슐랭 ★등급’ 받은 뉴욕 한식당 가보니

입력 2011-10-07 00:00
업데이트 2011-10-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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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수수한 한국식 인테리어에 맛으로 승부..외국인 손님 북적

외관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로부터 국내외를 망라해 한식당으로는 처음으로 ‘별 등급’을 받은 뉴욕 맨해튼 소재 ‘단지’ 얘기다.

6일 오후 2시께(현지시간) 찾았던 맨해튼 이스트 52번가에 있는 ‘단지’에는 그러나 초라한 겉모습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점심때가 훌쩍 지난 시간인데도 좌석 가운데 절반 정도는 여전히 손님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혼자서 느긋하게 잡채 맛을 음미하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다섯 명이 둘러앉아 보쌈에 맥주를 즐기는 장면도 목격됐다. 한국인이 북적대는 맨해튼의 다른 한식당과 달리 한국인 손님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불고기 샌드위치를 주문했던 라트비아 출신의 하인리히 에르하르드스 씨는 “한국 음식이 좋고 그중에서도 불고기를 좋아한다. 한국식당 중에서는 단지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자신도 쉐프로서 라트비아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그는 ‘단지’의 음식 맛이 그리워 맨해튼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단지’의 쉐프이자 오너인 김훈이 씨는 650평방피트(60.4㎡) 남짓 되는 식당 내부에 나름 ‘한국의 멋’을 부렸다.

천장에는 한복용 천을 드리웠고, 한쪽 벽면은 기와로 장식했다. 손님들이 옆으로 나란히 앉는 바의 식탁 아래쪽 서랍은 한국의 절에서 볼 수 있는 단층 무늬를 인쇄해 붙였다.

이곳에는 외국인을 위주로 매일 평균 140명 정도, 많게는 180명이 찾아온다. 자리가 36개밖에 없으니 점심(12∼3시)과 저녁(6∼12시) 시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단지’를 연 김씨는 처음 넉 달간 적자를 봤지만 지난 5월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지금은 매주 평균 3만달러(약 천6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기반을 잡았다.

”맛이 좋다”는 미식가들의 깐깐한 평가가 소문을 타고 번져나간 덕분이다.

김씨는 외국인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려 굳이 ‘퓨전’이라는 우회로를 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통적인 한식이라도 맛만 좋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자 믿음이었다.

다만 뉴요커의 ‘취향’은 약간 고려됐다. 조금씩 여러 음식을 맛보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음식의 양을 줄이고 그만큼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점심 한 끼에 10∼16달러)에서 책정한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김씨는 세 살 때 영국으로 갔다가 열살 때 다시 뉴욕으로 이주했다.

처음에는 의학을 공부하다 프랑스 요리로 전공을 바꿨다. 요리에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맨해튼의 맛집을 두루 다니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식가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식당 자리를 물색하는데 1년, 임대료 흥정에 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꼼꼼한 김 씨는 언제든 손님이 원하면 식탁으로 가서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

일요일은 반드시 식당 문을 닫고 쉬는데 이는 한주동인 사용하고 남은 음식재료의 ‘재활용’을 막아주고 다음 주의 손님들에게 더욱 충실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프랑스 요리를 전공하고도 한식당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외국에 살면서도 매년 여름 한국에 갔는데, 그곳에서 남은 기억이 음식 맛 밖에 없다”며 “하지만 외국에는 맛있는 한식당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식당문화에 대해서는 “주인들이 돈을 많이 벌어 비즈니스로 성공할지는 몰라도 맛으로 승부하려는 정신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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