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상 스타인먼, 사망 직전까지 연구

올 노벨상 스타인먼, 사망 직전까지 연구

입력 2011-10-07 00:00
업데이트 2011-10-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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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연구 매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랠프 스타인먼 미국 록펠러대학 교수가 췌장암으로 투병하면서 숨지기 직전까지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몰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인먼 교수는 면역체계 활성화에 획기적 연구 업적을 이룬 공로로 브루스 A. 보이틀러(53·미국), 율레스 A. 호프만(70·룩셈부르크)과 함께 지난 3일(현지시간) 노벨 의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그러나 이 발표가 나기 사흘 전인 9월 30일 지병인 췌장암으로 숨져 더 유명해진 인물.

스타인먼 교수는 4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아직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많은 치료법을 시험해 보는 등 자기 자신을 특이한 인체 실험 대상으로 삼으면서 연구를 계속해왔다.

록펠러 대학의 동료이자 스타인먼 교수가 만든 임상실험실 소장인 세라 슐레징거 박사는 “그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조사가 최고의 연구이며, 이에 참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면서 “다만 임상시험의 처리 과정이 늦어지는데 매우 비판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동료들은 스타인먼 교수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칠 연구에 헌신해 왔으며 특히 췌장암 진단을 받은 뒤 더욱 열과 성을 다해왔다고 전하고 있다.

조지타운 롬바르디 종합 암센터 소장인 루이스 와이너 박사는 “스타인먼 교수는 암에 걸린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서 “암 환자들의 절박성을 공유하면서 새롭고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와이너 박사는 또 “그는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방해가 되는 사소한 장애나 잘못된 개념들에 인질로 잡혀 있기를 원치 않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만을 바랐다”고 부연했다.

스타인먼 교수는 평생을 면역학 연구에 몰두해, 1973년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 항원을 잡는 파수꾼으로 불리는 수지상세포를 처음 발견해 냈다. 이를 이용해 미국의 덴드리온사가 전립선암 치료제를 개발토록 하는 등 이 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에도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스타인먼 교수는 4년 전 췌장암 판정을 받을 당시 이미 4기의 위중한 상태였으며, 암 세포가 림프절에까지 확산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슐레징거 박사는 “스타인먼 교수는 암 판정을 받고 모든 재래식 치료와 화학요법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치될 수 없으며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점을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심지어는 1년 정도 생존하는 것도 5% 미만으로 봤다”고 말했다.

스타인먼 교수는 암 판정 후 자신이 발견한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시작했으며, 자신을 상대로 이에 대한 실험을 하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의 의료진들이 스타인먼 교수를 위한 백신 개발을 지원했고, 이 과정을 총괄적으로 설계하고 조정한 것은 스타인먼 교수 자신이었다.

스타인먼 교수는 존스홉킨스 대학의 엘리자베스 제프 박사가 처음 개발한 ‘GVAX’로 불리는 실험용 백신을 맞는 등 모두 8가지의 치료를 받았다. 이중에는 스타인먼의 혈액과 혈액전구세포를 통해 만든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치료도 있었다.

다만 치료과정은 모두 식품의약국(FDA) 등 의료관련 규제당국의 지침을 충실히 따르며 진행됐다. 또 스타인먼 교수는 8가지 치료를 하나씩 차례대로 진행해 각 치료법의 효능을 확인해 이를 발표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동료교수들은 스타인먼 교수의 건강이 악화하는 것을 우려해 여러 치료법을 동시에 진행할 것을 강권해 관철시켰다.

췌장암의 경우 판정 후 보통 1년 이내에 사망하지만 스타인먼 교수는 4년 6개월을 더 생존했다.

동료 교수들은 스타인먼 교수가 이처럼 오래 생존하게 된 원인이 수술인지, 화학치료법인지 아니면 실험적 치료 덕분인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스타인먼 교수는 자기가 발견해 냈고 결국에는 사후 노벨상 수상까지 가져온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치료 덕분이라고 확신했다.

스타인먼 교수는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실려가기 직전까지도 연구에 몰두했다. 특히 입원 직전 슐레징거 박사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백신에 관한 최근 연구결과를 놓고 수시간 토론을 벌일 정도였다.

슐레징거 박사는 “스타인먼 교수는 말년에 나날이 건강이 악화하는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었을 정도였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으며, 늘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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