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독식 맞선 ‘부드러운 권력교체’ 운동”

[커버스토리-월가의 99%시위] “독식 맞선 ‘부드러운 권력교체’ 운동”

입력 2011-10-15 00:00
업데이트 2011-10-15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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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시위 첫 제안 칼레 라슨 인터뷰

“월가 시위의 여파로 미국에서 민주, 공화당이 아닌 제3의 정당이 출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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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 라슨
칼레 라슨
북미지역 진보 독립언론 ‘애드버스터스’의 칼레 라슨(69) 수석 편집인은 13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현재의 정치 시스템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애드버스터스는 지난달 초 “9월 17일 월가를 점령하자.”고 처음으로 제안, ‘99%의 시위’를 촉발한 바 있다. 라슨은 1989년 애드버스터스를 창간, 반(反)기업·소비주의 운동 등을 공격적으로 벌여왔다.

→월가 시위를 처음 제안했을 때 지금처럼 확산되리라고 예상했나.

-반향을 일으킬 것이란 직감이 있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을 넘어 미국 내 다른 대도시와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깜짝 놀랐다.

→‘월가를 점령하라’라는 구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편집국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얻었다. ‘아랍의 봄’에서 영감을 얻었다.

→시위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가.

-1%의 부유층한테서 걷은 세금으로 빈민들을 지원하는 ‘로빈후드 세금’을 도입하고, 주식·채권·외환 등의 금융상품 거래에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라는 것이다. 오는 29일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 대규모 시위를 열어 우리의 요구를 구체화할 것이다.

→요구들이 관철되면 시위는 그만하는 건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젊은이들의 문화운동과 같다. 다양한 형태로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나.

-미국의 정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다. 2년쯤 뒤에, 빠르면 수개월 내에라도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제3의 정당이 출현할 수 있다. 미국인들은 이제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콜라’식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제3의 진정한 선택을 원한다.

→제3의 정당이 내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긴가.

-수개월 내에 제3의 정당이 태동한다면 내년 대선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법도 없다.

→시위대가 정당조직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뜻인가.

-젊은이들은 정당운동을 지원하는 역할만 할 것이다.

→그럼 정치는 누가 하나. 기존 정치권에서 ‘수입’하나.

-정치인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코티 공원에 있는 25세 여성이 갑자기 주목을 받으며 지도자가 될지 누가 아나.

→자본주의를 반대하나.

-아니다. 하향식 기업중심주의, 소비중심주의, 카지노 자본주의를 반대할 뿐이다. 좋은 경제시스템, 자유시장, 돈 버는 것 등은 지지한다.

→월가 시위가 좌파의 티파티 운동이라는 지적도 있다.

-둘 다 열정은 같지만 기본은 다르다. 티파티는 정부를 반대하지만, 우리는 기업에 반대한다. 티파티는 공화당을 지지하지만 우리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월가 시위가 계급투쟁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인하지 않는다. 1%의 탐욕스러운 부자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99% 사이에 벌어지는 계급다툼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르크시스트는 아니다.

→시위대에 리더가 없어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 반대다. 리더가 없기 때문에 더 역동적이다. 과거 미국의 시위 역사가 방증한다.

→이 시위를 혁명이라고 불러야 하나.

-‘부드러운 권력 교체’라고 부르자. 이집트처럼 독재정권을 몰아낸 것은 혁명이라고 하지만 미국, 캐나다, 한국과 같이 부자, 기업, 금융재벌, 언론재벌 등이 권력을 독점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권력 교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10-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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