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넘치는 뉴욕 ‘反자본 축제’

자유 넘치는 뉴욕 ‘反자본 축제’

입력 2011-10-17 00:00
업데이트 2011-10-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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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시위 한달… ‘발상지’ 주코티 공원 가보니

시위 현장이 아니라 무슨 축제 현장 또는 주말 장터 같았다. 15일(현지시간) 낮 12시쯤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의 주코티 공원. 월가 점령 시위 한 달을 맞아 시위의 발원지인 이곳에 다가섰을 때 살벌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2000명은 훨씬 넘어 보이는 사람들은 하나도 일사불란하지 않았고 자유의 해방구처럼 저마다 다양한 ‘뭔가’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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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표정
‘축제’의 표정 월가 점령 시위 한 달을 눈앞에 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월가의 주코티 공원에서 일부 시위대가 연주와 노래를 하며 흥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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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표정
‘축제’의 표정 헤어드레서로 자원봉사에 나선 앨리타 애드거가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대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기타와 북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그룹만도 서너 개는 됐고, 토론을 주고받는 그룹도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그외에 짐을 정리하거나 청소하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음식을 나눠 주는 사람, 그림을 그려 주는 사람, 머리를 손질해 주는 사람, 혼자서 피켓을 들고 뭔가를 외치는 사람 등 각자가 무슨 ‘역할극’을 하는 것 같았다. 피켓 내용도 월가의 탐욕을 비판하는 주장에서부터 전쟁반대, 동성애자 차별 반대, 공화당 반대까지 다양했다. 심지어는 성경을 들고 서서 “그리스도만이 구원을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사람, 초점 풀린 눈으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공원은 비교적 깨끗했고 빗자루와 세제 등을 담은 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벌링턴대 3학년생 에밀리 슬레이터는 공원에서 노숙하는 시위대가 어디서 씻느냐는 질문에 멋쩍은 듯 웃으면서 “햄버거 가게 등 식당 화장실을 이용한다. 좀 멀리 가면 공공 화장실도 있다.”고 했다. 한켠에서는 여성 2명이 시위대의 머리를 잘라 주고 있었다. 브루클린에서 왔다는 앨리타 애드거(31)는 “오늘 오후 시위대 기자회견이 있다고 하길래 단정하게 보이도록 머리를 손질해 주러 자원봉사를 나왔다.”고 했다. 트로츠키, 엥겔스 등 공산주의 이념 서적을 파는 사람도 보였다. 현금 기부를 받는 코너도 있었다.

시위대 관계자는 “하루 500~600명이 현금 기부를 한다.”면서 “온라인 기부와 식품, 의복 등의 기부를 합하면 하루 수천 명이 기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부받은 옷가지를 골라 입어 보는 손길도 바빴다. 한쪽에서는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 등 기부받은 음식의 배식이 질서 있게 이뤄지고 있었다. 광장 주변에서는 음식물을 파는 잡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런 공원 안의 다양한 모습은 아랑곳없이 가로 50m, 세로 100m 크기의 공원 둘레를 따라 수십 명의 시위대가 반복적으로 돌며 “하루 종일, 1주일 내내 우리는 월가를 점령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차 수십 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공원 주변에 ‘주둔’해 있었지만, 시위대와의 마찰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시위대가 공원 둘레를 원활하게 행진할 수 있도록 경찰이 길을 터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주코티 공원은 이제 뉴욕의 ‘명물’이 된 듯했다. 시위대로부터 피켓을 빌려 기념사진을 찍거나 아예 시위대와 나란히 서서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며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도 흔했다. 시위대는 익살스러운 옷차림과 밝은 표정으로 관광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주코티는 말이 공원이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좀 널찍한 공터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 듯싶었다.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작고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지금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거센 바람의 진원지라는 사실이 선뜻 실감나지 않았다.

글 사진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1-10-1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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