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부실銀 구제… ‘유로존 긴축 붕괴’ 선제대응

스페인, 부실銀 구제… ‘유로존 긴축 붕괴’ 선제대응

입력 2012-05-09 00:00
업데이트 2012-05-09 00:2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佛·그리스 선거 뒤 “은행 추가구제 없다”던 방침 선회

유로존에서 경제 규모가 네 번째인 스페인 정부가 그리스와 프랑스에서 긴축을 거부하는 투표결과가 나오자마자 은행권 살리기에 나섰다. 그동안 “은행 추가 구제는 없다.”고 거듭 공언했던 스페인 정부는 은행권 부실이 재정위기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자산규모 3위인 방키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신문들은 50억(약 7조 4100억원)~100억 유로(약 14조 8200억원)가 지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8% 금리의 교환사채를 통해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부채 비율이 높아지고 여론악화 등으로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이날 국영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은행 대출을 다시 활성화하고 스페인 금융시스템을 살리는 데 필요하다면 금융권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라호이는 은행들에 부동산 자산 대손충당금으로 540억 유로를 마련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정부는 11일쯤 은행권 부실 자산 정리를 위한 대책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은행들의 부실 부동산 자산을 재무제표에서 제거하는 지침과 함께 그간 정부가 부인했던 배드뱅크 설립을 통한 직접 지원까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즉 정부가 은행권의 부실자산과 채권 등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은행권을 구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배드뱅크 설립이 스페인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오도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스페인대학 인스티투토 엠프레사 경영대학원 마누엘 로메라 교수는 “악성 은행 2개를 합병한다고 우량 은행 1개가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악성 자산을 분리해 청산회사로 집어넣어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2010년 7개 저축은행이 통합돼 출범한 방키아는 심각한 부실에 노출된 상태다. 방키아의 모회사인 BFA는 최근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라 27억 5000만 유로를 상각 처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방키아가 스페인의 금융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은행권의 의심스러운 대출이 1438억 유로에 달하며 1994년 이후 가장 높다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유로존과 IMF로부터 정부 부채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3%, 내년에 3.0%까지 낮추라는 압력을 받았다.

스페인 금융권의 부실이 커지면서 이달 초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1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스페인의 지난 3월 실업률은 유로존 17개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24.1%를 기록했다. 특히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51.1%로 조사됐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2012-05-09 18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