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긴축 유럽] (하) 10년만에 한계 몰린 유로존

[흔들리는 긴축 유럽] (하) 10년만에 한계 몰린 유로존

입력 2012-05-10 00:00
업데이트 2012-05-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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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지도력 위협… 그리스 탈퇴땐 ‘도미노 붕괴’

긴축재정으로 압축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극약처방이 불신을 당했다. 그리스는 정부조차 구성하지 못하면서 국가 리더십이 표류하고 있다. 프랑스 재정긴축정책도 거부당했다. 유로화의 지도력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02년 1월 유로화가 통용된 지 꼭 10년째다. 출범 당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회의적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스 선거결과가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이냐 존속이냐는 논란의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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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지도자들은 “유로존 회원국은 영구적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새로 갖게 됐다. 외르크 아스무센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8일(현지시간) 독일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원한다면, 긴축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국민들도 유로존 퇴출 가능성을 의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아테네의 대학생 크레랴 아브게리노푸루(22)는 “다음 달에 다시 선거를 치르거나 유로존에서 탈퇴해도 상관없다. 국민들이 말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유로에서 퇴출되면 드라크마화(貨)를 다시 발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씨티그룹 선임 이코노미스트 윌렘 뷰이터는 “그리스는 강요받기보다는 자발적으로 탈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스 논란을 지켜보는 독일 국민들도 마음이 편치 않다. 이들은 그리스에 금융을 가장 많이 지원하면서도 비난을 받고, 저임금의 노동자들이 독일로 유입돼 일자리를 앗아가는 체제를 싫어한다. 지중해 연안국가들의 유로존 존속에 별다른 미련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독일이 ‘올리브 벨트’(남유럽) 지원에 등을 돌려 유로존이 무너지고, 유럽 전반적으로 극우당이 세력을 잡으면서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붕괴되는 것이다.

이 같은 위기는 단일 통화인 유로화에 대한 감독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같은 화폐를 쓰면서 재정정책은 각국 마음대로였는 데다 재정운용은 정치상황을 의식해 방만했다. 일부 국가들은 유로화 신용을 바탕으로 저금리의 국채를 발행해 위기를 키웠다. 단일통화가 되는 바람에 환율정책을 펼 수 없었고, 환율 등락에 의한 위기 경보음도 사라졌다. 유로존과 유럽연합(EU)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한계도 많이 지적된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유로화 위기는 정치인들이 문제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규제 강화가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마련된 게 신재정협약이다. 균형재정을 위해 각국은 정부부채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60% 이내로 유지하며, 재정적자를 GDP의 0.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 신재정협약의 골자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영국과 체코는 서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재정협약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 갈림길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정협약을 완화하든지 유로존과 EU 탈퇴를 선택하든지 해야 한다. 또 하나는 통합을 가속화해 EU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이다. EU 정부는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계처럼 모든 회원국의 채무를 보증하고, 필요한 곳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강력한 중앙기구 역할을 맡는다. 화폐와 정치, 재정이 통합되는 ‘유럽합중국’에 가까운 모양새다.

일각에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그리스 퇴출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도 도미노처럼 번져 유로존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2012-05-1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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