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종신형 선고에 이집트 정국 혼란

무바라크 종신형 선고에 이집트 정국 혼란

입력 2012-06-03 00:00
업데이트 2012-06-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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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종신형을 선고 받은 직후 이집트 정국이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에 대한 재판을 ‘광대극’으로 표현하며 항의 차원에서 시위를 촉구하고 나섰다고 일간 이집션가제트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 대통령 후보로 오는 16~17일 대선 결선투표에 나서는 모하메드 모르시는 무바라크의 종신형 선고를 비판하며 대규모 시위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무바라크와 그의 두 아들 가말과 알라, 하비브 알 아들리 전 내무부 장관, 경찰 고위 간부 6명에 대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는 무바라크의 종신형 선고 등 모든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샤피크는 이번 판결이 장래의 대통령들에게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2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모르시와 샤피크는 득표율 1~2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했다.

문제는 두 명의 대선 후보가 결선 투표를 앞두고 무바라크 재판을 자신의 대선 판도에 유리하게 적용하면서 정국 혼란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이슬람주의자인 모르시와 세속주의를 대표하는 샤피크의 대결로 이슬람교도와 기독교인 간 갈등도 더 첨예할 것으로 보인다.

모르시는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반(反) 무바라크 정서를 반(反) 샤피크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 샤피크를 구정권의 잔재로 몰아가는 것이다. 청년들이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몰려들어 재판 결과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자 모르시는 실제 대규모 시위를 촉구하기도 했다.

샤피크 후보의 선거 캠프 사무실은 무바라크 재판 결과가 나오자 이집트 청년들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앞서 이집트선거관리위원회가 샤피크의 결선 투표 진출을 발표한 지난달 28일에도 샤피크의 카이로, 기자 지역 선거캠프들이 시위대 습격을 받았다.

모르시에 맞서 샤피크는 무바라크 유죄 선고로 ‘과거 청산’이 됐다는 이유를 들며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샤피크는 무슬림형제단이 총선 압승에 이어 대통령까지 차지하면 이집트가 급속히 이슬람화되고 또 다른 독재정권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집트 종교적 소수인 기독교인은 모르시가 정권을 잡으면 ‘종교 차별’을 받을 우려하며 샤피크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전체 인구 약 8천500만명 가운데 10%가 기독교다.

전날 무바라크의 선고 공판이 진행된 이집트 법정 바깥에서는 무바라크 지지 세력과 반대 시위대의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무바라크에게 사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했고 한 시위 참가자는 “두 번째 혁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법원은 전날 무바라크에게 종신형을 선고했지만, 무바라크와 그의 두 아들의 부패 혐의와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시위대 유혈 진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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