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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전해지는 알제리 인질극의 참상

속속 전해지는 알제리 인질극의 참상

입력 2013-01-21 00:00
업데이트 2013-01-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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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찾아내려 동료 위협…탈출시도하는 일본인 사살”

알제리 천연가스 생산시설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질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종료된 가운데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참혹했던 당시 상황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인질극을 벌인 무장세력은 숨어 있는 외국인들을 찾아내려고 동료 근로자를 이용하는 잔인한 방법을 썼다.

알제리인 차베네는 괴한들이 한 영국인을 위협하면서 “이리 나와. 이들은 널 죽이지 않을 거야. 이들은 미국인을 찾고 있어”라고 영어로 말하게 했다고 전했다.

차베네는 “그러고서 몇 분 뒤 그 영국인은 사살됐다”고 덧붙였다.

생존자들은 그들의 몸에 폭발물이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풀려난 한 알제리인은 아랍권 위성방송 알 아라비야와의 인터뷰에서 “납치범들은 군복과 군용마스크를 착용했다”며 “이들은 외국인 인질들에게 자살폭탄이 설치된 벨트를 입게 했다”고 전했다.

일본인 근로자 9명은 인질극 초기에 숨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일본 기업 JGC 직원인 리아드는 괴한들이 인질을 추가로 끌고 오던 도중 탈출을 시도한 일본인 3명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리아드는 “한 괴한이 강한 북미 억양으로 ‘문 열어’라고 소리치더니 총을 쏴 일본인 2명을 더 죽였다. 그곳에는 일본인 시신 4구도 있었다”며 울먹였다.

한 알제리인 생존자는 영국 신문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무장세력이 공장의 구조나 열쇠가 있는 곳뿐 아니라 시설 책임자들의 이름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치밀했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생존자는 “괴한들은 경보기를 끄고 시설 책임자에게 외국인들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세력이 자신을 비롯한 알제리인들을 따로 가둬놓고는 친절하게 대해준 뒤 풀어줬다고 덧붙였다.

무장세력은 인질들의 외부연락을 차단하려고 통신설비를 파괴했지만, 인질들 가운데 일부는 운이 좋게 가족과 연락이 닿았다.

목에 폭발물이 묶인 상태에서 구사일생으로 현장을 벗어난 북아일랜드 출신의 스티븐 맥폴(36)은 가족에게 “듣고 있어? 알 카에다가 날 인질로 잡았어. 이들은 알제리군이 물러나길 원해”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다.

공포의 현장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이들의 생존담도 잇따랐다.

영국인 앨런 라이트(37)는 30시간 동안 숨어 있다가 알제리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프랑스 출신 요리사 알렉산드르 베르소는 침대 밑에 몸을 숨긴 채 알제리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무려 40시간을 버텼다.

근로자 8명은 괴한들이 침입하자 도망쳐 나와 15시간 동안 사막을 걸어 인근도시로 이동, 목숨을 건졌다.

알제리인 버스운전사 브라힘은 외국인 3명을 포함한 다른 근로자 50명과 함께 공장을 에워싼 철조망을 뚫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브라힘은 “총알이 계속 날아드는데도 철조망에 구멍을 뚫어 빠져나와 내달렸다”며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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