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사태 뿌리 캐어보면 ‘질식위기’ 경제난

이집트사태 뿌리 캐어보면 ‘질식위기’ 경제난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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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시민저항에 이은 군부의 압력으로 쫓겨난 데에는 오랜 기간 쌓인 경제적 불만이 깊숙한 뿌리에 자리한다.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사태의 이면에 경제 개혁의 지연, 이집트 국민의 빈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경제는 최근 20여년간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이집트 정부는 2010년 말 시작돼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이전에도 일련의 경제 규제 개혁을 시행했지만, 실효성이 없었다.

최근 2년간 꼭 필요한 경제 정책이나 제도 개선은 지연되거나 좌초했고 약 9천만 명인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연명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서 생긴 불만은 앞서 30년간 장기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2011년 시민혁명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는 이집트 국민은 경제 회복을 원했으나 무르시의 정책이 이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가한다.

헤리티지재단 앤서니 김 연구원은 “이집트 정부는 꼭 필요한 경제구조 개혁을 너무 오래 미뤘다”며 “무르시 대통령은 민주 혁명의 목표를 진전시키고 악화하는 경제를 살리는 것보다 본인의 권력을 확대하거나 무슬림형제단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더 집중했다”고 밝혔다.

같은 재단의 샬럿 플로란스 연구원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들은 명백한 쿠데타에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다”며 “무르시는 민주주의적 권리의 수호자가 아니었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이집트 국민이 겪은 어려움은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유엔이 발행한 보고서는 과거 3년간 이집트의 식량난과 빈곤이 심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충분한 음식을 확보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국민의 비율이 2009년에는 14%였는데 3년 만에 17%로 높아졌다고 추산했다.

5세 미만 아동의 영양 불량 비율은 31%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2005년에 23%였다.

이집트의 실업률은 13.2%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 이후 100만 명 이상이 실직했다. 실업자 가운데 80%가량은 30세 미만의 청년인 것으로 파악된다.

런던 소재 비즈니스 모니터의 중동·북아프리카 연구소 에드워드 코글란 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무르시에 대한 반대의 원인은 몇 가지가 있는데 경제난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는 장기간 계속된 위기를 감당할 수 없고 이것이 군부가 개입한 이유”라며 “군은 로드맵을 제시하면 경제를 안정시키고 안전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3월 말 기준 이집트 외화보유액은 134억 달러로 3개월분의 수입을 결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물러나기 전인 2011년 1월 보유고는 360억 달러였다.

연료 부족도 심각하다.

무르시 축출 전에 주유소 주변에 길게 늘어선 줄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중유 부족은 외화 보유액 감소 탓이고 다른 연료 부족은 부패와 태업 탓인데 이는 무르시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 셈이다.

카이로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기함 이브라힘(40·여) 씨는 “더 이상 중산층은 없고 모두 가난해졌다”며 “이런 불안정한 기간이 길어질 것 같다”고 AP에 말했다.

무르시 축출에도 이집트의 경제 전망은 매우 어두워 보인다.

이집트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8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받으려고 협상을 진행하다 잠정 중단했는데 자금 확보가 불투명한 상태다.

게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쿠데타’ 논란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연간 15억 달러 규모의 군사 경제 원조 제공을 재검토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이집트의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외국으로부터의 투자는 더 위축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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