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축출 이집트 군부 ‘쿠데타’ 논란

대통령 축출 이집트 군부 ‘쿠데타’ 논란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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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명백한 군사 쿠데타”…軍 “시민 뜻 따랐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권좌에서 쫓겨난 것을 두고 ‘군부 쿠데타’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 군사권력을 가진 소규모 집단이 강압적으로 통치자를 축출하는 것을 쿠데타로 본다면 쿠데타로 단정할 수 있지만, 이번 이집트 군부의 개입은 수백만 시민이 반정부 시위를 벌인 뒤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군부가 나름대로 폭넓은 민중적 지지를 등에 업었다는 뜻도 담겨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르시는 과거 30년간 이집트를 통치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2011년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후 이집트 역사상 6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자유민주선거를 통해 직선으로 선출된 ‘정통성 있는 권력’이었다.

이처럼 상징성 강한 대통령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군부의 압력에 밀려 실각한 것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따라 향후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와 입지 또한 달라질 수 있다.

◇ 무르시와 군부 주장 엇갈려

무르시는 이날 오후 알자지라 방송에서 미리 녹음된 성명을 통해 자신은 여전히 “이집트의 합법적인 대통령”이라면서 어떤 것도 이러한 적법성과 이를 규정한 헌법을 대체할 수는 말했다.

무르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부가 제시한 로드맵은 “명백하고 완전한 군사 쿠데타”라고 규정한 뒤 쿠테타가 이집트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대통령이자 군부 최고 지도자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모든 자유시민은 로드맵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모든 사람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말했다.

유튜브에는 무르시 자신이 이집트의 선출된 대통령이니 이러한 합법성을 국민이 수호해야 한다고 말한 동영상도 올라왔다.

무르시는 1년 전 국민의 열망 속에 취임했지만, 권력 독점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론 분열을 촉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꼽히는 군부는 이를 지켜보면서 지지기반을 규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집트군은 지난 6월 말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일주일 앞선 시점에 군부가 이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힌 뒤 최근 무르시에게 48시간 내 혼란을 해결하라고 재차 경고했다.

군부는 이날 쿠데타라는 무르시 주장을 비난하며 “군은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이집트 국민의 의지와 열망을 항상 지지한다”고 반박했다.

새 권력 형성 과정에서 ‘핵’으로 떠오른 압델 파타 엘 시시 국방장관이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했다고 공식 발표한 회견장에는 범야권그룹 구국전선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이집트 최고종교기관 수장 등이 참석했다.

군부는 무르시 통치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이 운영하는 TV방송국을 중단시키고 알자지라 카이로 방송국 직원들을 체포하는 등 언론 장악에 나섰다.

◇ 미국의 이집트 원조에도 영향

쿠데타 논란은 이처럼 양측이 내세운 대외명분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이집트가 의지하는 미국의 원조 여부에도 작용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행정부에 이집트에 대한 연간 15억 달러 규모의 군사 경제 원조 제공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 법령은 선출직 지도자가 쿠데타로 추방된 나라에는 원조를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미국 국무부가 명백한 쿠데타로 규정하면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

◇ 외신도 표현 갈려… 다수는 쿠데타, AP는 규정 안해

한편에선 이집트 사태를 ‘쿠데타’로 전하는가 하면 또다른 쪽에선 군부와 무르시의 주장을 대비시켜 함께 보도하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현재까지 “군부에 의한 무르시 축출” 등의 표현을 쓴다면서 쿠데타로 규정짓지 않는다고 밝혔다.

AP는 쿠데타의 사전적 의미에 정치, 군사권력을 가진 소규모 집단이 강압적으로 통치자를 축출한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면서, 이집트의 고위군인들 또한 소규모 집단으로 규정될 수 있다면서도 이들은 수백만 시민이 반정부 시위를 벌인 뒤 움직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CNN,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 USA투데이 등 상당수 언론은 쿠데타로 보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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