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軍-야권 ‘불안한 동거’…종교ㆍ이념차 극심

이집트軍-야권 ‘불안한 동거’…종교ㆍ이념차 극심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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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축출 힘 합쳤지만 이슬람주의-세속주의 갈등 내연

이집트 군부와 범야권내 자유·세속주의 진영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손을 잡았지만 이들의 동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지금까지는 이들의 관계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한 직후 임시 대통령 임명과 조기 대통령 선거 실시를 핵심으로 하는 정치 일정을 발표하며 광범위한 정치 세력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장에는 범야권 그룹 구국전선(NSF)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 이집트 최고 종교 기관 알 아즈하르의 수장인 아흐메드 알 타이예브 대(大)이맘, 이집트 콥트교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 등이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탰다.

특히 엘바라데이는 “군부의 로드맵은 2011년 시민혁명의 연속”이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무르시 축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군부와 범야권이 하나로 뭉친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정치적인 신념을 갖고 있어 이들의 ‘위험한 동거’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군부를 이끌고 있는 앨 시시 장관은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 통한다.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전 대통령이 11개월 전 그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쫓겨난 데에는 그의 지나친 친(親)이슬람주의 정책이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범야권 진영은 반(反) 이슬람주의를 핵심 기치로 내걸고 있다.

특히 범야권 진영의 중심인 구국전선에는 자유주의와 세속주의 진영 외에도 사회주의·민족주의 진영과 여성단체 등이 총집결해있다.

과거 무르시 대통령이 이슬람의 종교적 영향력과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제정을 시도하자 범야권이 강력하게 반발하며 반(反) 정부운동을 전개했고, 이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유혈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앨 시시 장관이 이슬람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범야권이 즉각적으로 반발하고, 이집트 정국이 또다시 군부와 범야권의 대결구도로 전개될 수 있다.

여기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살라피스트의 행보 역시 변수다.

지난 총선에서 알 누르당을 만들고 제2당으로 부상한 이들은 지난해 9월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미국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을 비난하며 반미 시위를 선동하기도 했으며, 이집트 자체 기독교인 콥트교도를 상대로 각종 테러 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살라피스트들은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성명을 내고 군부의 로드맵 계획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군부의 로드맵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고 해도 이들이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세속주의·자유주의 진영과 협력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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