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마을 펍 소멸 중…강력한 대책 강구해야”< FT>

“英 마을 펍 소멸 중…강력한 대책 강구해야”< FT>

입력 2015-03-22 23:29
업데이트 2015-03-2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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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는 사람에게 세금 물려?…지역사회 일부인 펍 살려야”

“마을 펍(pub·영국식 술집)이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펍에 안 가는 사람에게 세금이라도 물려야 하는 것 아니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셰익스피어, 크리켓, BBC 처럼 영국의 유산 가운데 하나인 마을 펍이 빠른 속도로 소멸의 길을 걷고 있는데도 이를 막으려는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반문했다.

영국 경제문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영국의 펍은 1982년에는 6만7천800개, 2002년에는 6만1천개였으나 지난해에는 4만8천개 정도로 줄었다.

예전에 지역사회에서 ‘펍’이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했다.

부동산 중개업체가 매물로 내놓은 집을 소개하는 선전문구에서 ‘마을 펍’에 가깝다는 걸 첫번째 장점으로 내세웠다.

주변에 학교가 있다거나 런던으로 가는 교통편이 좋다거나 슈퍼마켓 또는 영화관에서 가깝다는 건 ‘마을 펍 인근’이라는 문구 아래 있었다.

이런 대접을 받던 마을 펍이 일주일에 30개 꼴로 문을 닫으면서 과연 마을 펍이 지역주민들의 삶의 일부분이었다는 믿음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탐욕스런 주류업체들의 주류 값 인상, 정부의 세금 인상, 흡연 금지, 슈퍼마켓에서 파는 값싼 술, 그리고 보조금을 받는 웨스트민스터(국회의사당) 주변의 안락한 바에 앉아 사라지는 마을 펍에 신경을 안 쓰는 정치인들...

하지만, 본질적인 요인은 여행객들을 포함해 마을 펍이 유지될 만큼 충분한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마을 펍 주인들은 지역주민들에게 “펍에 오지 않으면 펍을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는데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골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신경을 쓴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 마을 펍은 조그만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마을 펍이 문을 닫으면 마을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신문은 상황이 이런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는 것 같다면서 “마을 펍 시대는 끝났다. 시장이 결정한다. 다른 것들처럼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 가운데 하나다”는 믿음들이 지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문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영국 은행들을 구제했던 것처럼 사라져가는 마을 펍을 구제하는 발상을 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당시 시장 논리에 내버려뒀다면 영국 은행 상당수는 사라질 운명이었지만 ‘국가를 위해’ 세금을 투입해 은행들을 구제했다.

따라서 지역사회 일부분인 마을 펍도 ‘국가를 위해’ 구제받을 수 있는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마을 펍 위기’에 지역주민들이 펍을 자주 가도록 장려하는 게 아니라 펍에 안 가는 사람에게 세금을 물리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 안 될 이유가 뭐냐”고 반문했다.

지역주민들이 집에서만 지내지 않고 펍에 나와 이웃들과 어울리면 지역주민에도 좋고 마을 펍도 살리는 ‘윈-윈’이 아니겠느냐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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