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방중, 미얀마 총선 변수되나…외교관계 변화도 주목

수치 방중, 미얀마 총선 변수되나…외교관계 변화도 주목

입력 2015-06-14 11:22
업데이트 2015-06-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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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가 올해 말 총선을 앞둔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아웅산 수치 여사의 방중이 총선의 변수가 되고, 미얀마의 외교관계에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국민으로부터 큰 존경을 받는 수치 여사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공산당 독재체제인 중국이 외국의 야당 지도자나 민주화 운동가를 초청해 국빈급 예우를 갖춘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수치여사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을 탄압한 미얀마 집권 세력을 지원했던 중국을 방문한 것 역시 국제사회가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수치 여사의 이번 방중이 미얀마 국내외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치 여사의 방중은 미얀마가 올해 10월 말~11월 초 실시할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졌다.

또 미얀마가 지난 2011년 민주화 개혁과 개방을 시작하고 나서 중국 일변도의 외교 관계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을 향해 외교 관계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중에 진행된 것이다.

미얀마가 개혁ㆍ개방을 단행하기 전,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당하고 있을 때 중국은 집권 세력인 군부를 지원했던 미얀마의 최대 맹방이었다.

미얀마와 약 2천2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지금도 미얀마에 대한 최대 투자 국가이며, 미얀마 대외 교역의 3분의 1이 중국과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가 개혁 개방 정책을 취하고 나서 중국의 미얀마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이 크게 축소됐을 뿐 아니라 곳곳에서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위험에 노출됐다.

36억 달러 규모의 미트소네 댐 건설, 대규모 구리 광산 개발 등 중국이 추진했던 주요 사업들에 제동이 걸렸다.

올해 들어서는 미얀마 북부 샨 주 코캉 지역에서 중국계 소수 민족인 코캉 반군과 미얀마 정부군 사이에서 전투가 발생해 양측에서 수 백 명이 숨졌다.

4개월가량 계속된 이 전투의 와중에 미얀마 정부군이 발사한 포탄이 국경을 넘어 중국 쪽으로 떨어져 중국인 10여 명이 죽거나 다치기도 했다.

중국이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집권 세력에 최대의 위협이 되는 수치 여사를 초청해 극진히 대접한 것은 미얀마 집권당에 야권과 손잡을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미얀마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얀마에 이미 투자한 자국의 경제적 이익 수호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에 둘러싸여 있는 미얀마는 중국에 인도양 진출의 관문이자, 낙후 지역인 서남부 개발을 위한 시장으로서 중대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중동산 원유를 말라카해협을 통과시키지 않고 자국 서부 지역으로 실어 보낼 수 있도록 이미 미얀마 서해안 항구에서부터 윈난(雲南)성 쿤밍까지 771㎞의 지상 송유관을 건설했다.

수치 여사가 중국의 초청을 수락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에서 벗어나 현실 정치인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가 의장으로 있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당은 제1 야당으로서 연말 총선에서 최대의 다수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를 가로막고 있는 헌법 조항 등으로 인해 그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와 NLD가 미칠 영향력은 지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계 코캉 반군은 수치 여사의 방중 기간에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하고 휴전 선언에 중국 측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이로써 중국은 현실 정치 지도자로서의 수치 여사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고 할 수 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수치 여사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고, 미얀마 집권 세력이 수치 여사와 중국의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 대 중국 외교를 다시 강화할지 주목거리다.

미얀마 군부와 중국이 다시 가까워지면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통하는 미얀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

국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수치 여사 초청과 수치 여사의 방중이 미얀마 국내 정치와 외교 관계를 둘러싸고 급변하고 있는 정세를 보여준다는 데 이의가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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