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 다케지 전 아사히신문 기자 “전쟁은 시작하기전에 힘 다해 막아야”중국·동남아서 종군…1945년 패전 직전 “전쟁 책임진다”며 사표던져
아사히신문 소속으로 태평양전쟁의 현장을 취재한 100세의 전직 일본 기자가 집단 자위권 법안 반대에 팔을 걷어붙였다.전직 아사히신문 기자 무노 다케지(武野武治)는 21일 도쿄에서 다른 언론사 전직기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정권에 대해 “일본을 이전의 군국 체제로 돌리려는 것 같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전쟁은 시작해 버리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시작하기 전 힘을 다해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1915년생으로 지난 1월 만 100세가 된 그의 말에 울림이 특별한 것은 군국주의 정부와 그 정부의 ‘혀’로 전락한 언론의 폐해를 아는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아키타(秋田)현 출신으로 도쿄 외국어학교를 졸업한 그는 호치(報知) 신문을 거쳐 아사히신문(1940년 입사)에서 활동하는 동안 중국, 동남아에서 종군 기자로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 이후 패전을 하루 앞둔 1945년 8월 14일 신문기자로서 전쟁에 책임을 진다며 사표를 던지는 반골의 면모를 보였다.
지금은 평화헌법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리버럴(자유주의) 계열 신문으로 평가되는 아사히도 전쟁때는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군국주의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했다.
아사히를 나온 무노는 1948년 고향 아키타현에서 주간지 ‘횃불’을 창간한 뒤 30년간 언론 활동을 이어갔다. 현역 언론인이었을 때는 물론 현역에서 떠난 뒤로도 줄기차게 ‘전쟁 반대’를 외쳤다.
올해 초 사이타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장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살해되는 장소”라며 “정상적인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사흘까지고, 나흘째부터 인간다운 감정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터가 아닌) 국내도 마찬가지”라며 “’명령에 절대 복종’이라는 군의 논리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 논리가 사회와 가정에도 스며들어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도 뒤틀린다”며 “전쟁은 인류의 대(大)범죄”라고 역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