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기습 절하로 원화가치 4년 만에 최저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이틀 연속 끌어내린 12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은행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위안화의 기습 절하로 원화 가치도 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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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기업은 미국의 정보기술(IT)업체인 애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위안화 평가절하 소식이 처음 전해진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5.2%나 급락하며 지난해 1월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애플의 경우 주력 상품인 아이폰이 중국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위안화 평가절하로 아이폰 수입 가격이 오르면 전체적으로 판매량 감소를 우려한 것이다. 애플의 지난 분기(4~6월) 홍콩,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 매출이 112%나 급증했던 만큼 내상이 심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 중국 증시의 폭락과 경기 둔화까지 더해지면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WSJ가 지적했다. 대만은행인 푸본의 아서 랴오허는 “아이폰에 대한 중국의 수요까지 감소하고 있는 만큼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을 고수할 경우 애플이 제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자동차 업체 BMW의 주가도 4.3% 떨어져 전망이 어두운 편이다. 중국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로 지난해 매출액 가운데 중국 비중이 19%나 된다. KFC와 피자헛 등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미국 얌도 최근 2년간 위안화 강세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 덕분에 올 상반기 매출액의 60%를 중국에서 거뒀지만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다. 호주의 리오틴토와 BHP빌링턴, 브라질 발레 등 광산업체의 중국 매출 의존도는 35~40%로 높은 편이다. 이들 광산업체는 중국 수요 감소 우려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의 타격까지 겹친 상태다.
세계 2위 명품소비 대국인 중국에서 명품 소비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 탓에 페라가모와 루이뷔통, 구찌 등 명품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명품업체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탈리아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주가는 5.5%, 프랑스 패션업체인 루이뷔통는 5.11%, 이탈리아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KER)은 3.89%가 각각 떨어졌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는 명품업체 코치(COH)는 1.3%, 티파니앤코(TIF)는 2.1%가 각각 하락했다. 페라가모는 연간수익의 19.5%, 루이뷔통은 15.2%, 케링은 13.5%, 코치는 7.3%를 각각 중국에서 벌어들일 정도다. 중국의 명품 소비는 미국에 이어 세계 1∼2위를 다투는 큰 시장이다.
특히 중국인의 명품 소비는 절반 이상은 해외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인들에게는 외국상품과 외국여행이 비싸지는 까닭에 중국인 관광객의 일본, 프랑스, 미국 여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포천이 지적했다. 작년에 중국인 관광객은 해외 여행에 5000억 달러(약 595조원)를 소비했다. 특히 명품업체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세를 보이는 데다 중국 당국의 뇌물로 둔갑한 명품에 대한 단속으로 이미 작년부터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악재까지 겹친 셈이다.
반면 수출에 주력으로 하는 중국 기업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중국의 PC 제조업체인 롄상(聯想·레노버)의 주가는 전날보다 2.9% 올랐다. 롄상은 IBM PC사업 부문을 인수한 뒤 전 세계 PC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매출의 65%를 해외 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중국기계설비공정의 주가도 최대 5.9%까지 뛰었고, 홍콩 소재 소비재 수출업체인 리앤펑(Li&Fung) 주가는 5% 상승하는 등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 기업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