젭 부시 ‘앵커 베이비’ 발언 역풍…혼다 “아시안계 모욕말라”

젭 부시 ‘앵커 베이비’ 발언 역풍…혼다 “아시안계 모욕말라”

입력 2015-08-26 04:45
업데이트 2015-08-2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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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근본 거스른 편협한 발언”…아시아계 미국인들 ‘부글부글’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anchor baby·원정출산) 발언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조직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그의 24일(현지시간) 발언에 미국 내 아시안계 전체가 들고 일어선 양상이다.

아시안계 미국인이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마이크 혼다(민주) 연방 하원의원은 25일(현지시간) 논평을 내고 “부시 후보의 발언은 모든 이민자들에 대한 모욕이며 우리의 문화에서 설 땅이 없는 주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혼다 의원은 이어 “미국은 다양한 문화와 배경 위에 건국됐다”며 “그 같은 편협한 발언은 미국 민주주의 근본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혼다 의원은 “미국 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는 누구도 그 같은 권한이 약화되도록 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이민개혁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다원화된 지역의 하나인 실리콘 밸리의 경우 우리는 모든 배경에서 나온 시민들과 그들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것을 축하하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 아시안계 미국인이 다수를 점한 유일한 지역구의 의원으로 나는 부시 후보의 발언을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부시 후보의 발언에 대한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NBC 방송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에린 퀼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친척이 공화당에 표를 던지는 것을 싫어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신해 이들의 등을 돌리게 한 부시 전 주지사에게 감사함을 표한다”고 비꼬았다. 부시 전 주지사가 아시아계 표심을 잃었다는 뜻이다.

’화난 아시아인’이라는 이는 “미국의 대선 주자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시아계 미국인을 어떻게 희생양으로 삼는지를 보여준다”며 부시 전 주지사에게 실망감을 나타냈다.

많은 인권운동가와 미국 정계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정치인도 부시 전 주지사의 비판과 거듭된 ‘앵커 베이비’라는 표현 사용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트위터에 썼다고 NBC 방송은 전했다.

이에 앞서 부시 후보는 24일 텍사스 주와 멕시코 국경에서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미국 국적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며 “’앵커 베이비’는 중남미인들보다 출생 국적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더 관계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미국 국적을 얻은 아기를 뜻한다. 바다에 닻(anchor)을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가치 평가를 담은 용어로 미국 ‘원정 출산’과 연결되는 말이다.

NBC 방송은 아시아인들의 미국 원정 출산을 비판한 부시 후보의 이 발언이 가뜩이나 대선 선거판에서 미미한 존재인 아시아인들에게 더욱 소외감을 느끼게 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 내 소수 인종인 아시아계를 희생해 다른 소수 인종인 히스패닉(스페인 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출신 인구)계를 달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멕시코 태생의 아내를 둔 부시 전 주지사는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중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가장 자극할 인물로 꼽힌다.

특히 현재 여론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라이벌 경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인 비하 발언으로 히스패닉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터라 원정 출산의 주범 격으로 히스패닉 대신 아시아계를 콕 집은 부시 전 주지사의 발언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논란이 커지자 부시 후보는 이날 콜로라도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나는 임신한 여성들을 미국에 보내 아이를 낳고 시민권을 얻는 매우 제한적인 사기 시스템(very narrowcasted system of fraud)을 언급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한국 이민자를 어머니로 뒀다는 올해 15세의 청년 제이슨 펑은 트위터에 ‘나의 아시안계 미국인 이야기’(#MyAsianAmericanStory)라는 해시 태그를 붙여 아시아계 미국인들로 하여금 가족과 아시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민 관련 논의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하고, 우리의 다양성과 미국 사회에 대한 기여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해시 태그를 달았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의 인구 증가 속도는 미국 내 여러 인종 중에서도 가장 빨라 2040년께 등록유권자 수는 1천22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 등록 유권자 수는 590만명으로 이민자 62%, 미국 태생 38%로 구분된다. 2040년이 되면 이들의 분포도는 53%와 47%로 달라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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