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보성향 남방도시보에 ‘전면흑색’ 광고 등장

중국 진보성향 남방도시보에 ‘전면흑색’ 광고 등장

입력 2015-09-17 10:25
업데이트 2015-09-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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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주주의의 날에 인권 유린과 비민주에 대한 ‘소리없는 항의’”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진보 성향의 일간지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지난 15일 광고면 전면을 검은 색으로 칠한 광고를 실어 독자와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당국의 정책 등에 과감한 비판 목소리를 내온 남방도시보는 유엔의 국제 민주주의 날인 이날 1면에 농민공, 부패 관리, 시리아 난민 기사 등을 싣고 A 24 광고면에 흑색의 통단 광고를 게재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6일 보도했다.

해당 광고가 나오자 중국 대형 포털 사이트 신랑(新浪·sina)이 운영하는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매체 대관찰’ 난에는 그 동기와 이유를 추측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빗발쳤다. 이 난에는 27만명의 팔로우가 있다.

광저우의 인터넷 작가 쉬린(徐琳)은 “화제의 광고는 신문사 측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라면서 “이 광고가 하필 국제 민주주의의 날에 맞춰 나온 것으로 미뤄 아마도 정치적 프로파간다인 것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미디어 종사자들은 국제 민주주의의 날에 중국 인권과 민주화 등을 기사로 올리지는 못하지만 그 의미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슈차이장후(秀才江湖)’라는 ID를 가진 누리꾼 우빈(吳斌)은 “이 광고는 소리없는 항의인 행위 예술”이라면서 “그들은 민주주의의 날에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못한 현실에 대해 감히 기사를 쓰지는 못하지만 나름 분노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남방도시보는 화제의 광고가 온갖 추측을 불러 일으키자 “한 광고주가 당국의 광고 제한 정책에 불만을 품고 낸 광고”라고 해명하면서 더 이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남방도시보의 한 광고 관계자는 A 24면 통단 광고는 56만1천300위안(1억1천만원)으로 책정돼 있으며 가격을 낮춰줘도 최소한 37만위안(6천600만원)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남방도시보는 광둥성 당 기관지인 남방일보(南方日報)를 발행하는 중국 미디어그룹 ‘남방 신문미디어 그룹’ 산하이지만 당국의 정책을 과감히 비판하는 진보 성향의 일간지이다.

지난 1월 광둥성 선전(深천<土+川>)시에서 열린 경찰의 호화 연회(晩會)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경찰관들로부터 폭행당하기도 한 이 신문은 2010년 12월 12일 중국 당국이 금기로 여기는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암시하는 듯한 사진을 1면에 게재하기도 했다.

신문은 당시 1면에는 빈 의자 3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학 5마리를 어떤 사람이 막아선 모습을 담은 대형사진이 실렸다. 사진 아래에는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개막에 대한 기사가 배치됐다.

겉보기에는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 사진이 지난 10일 빈의자가 대신했던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장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남방도시보의 자매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 기자들은 2013년 1월 입헌정치 실현과 당의 권한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신년호 사설이 당국의 개입으로 제목이 바뀌고 내용이 대거 수정되자 파업에 돌입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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