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응의 日문화에 던져진 짱돌’…학생단체 실즈에 아베가 떤다

‘순응의 日문화에 던져진 짱돌’…학생단체 실즈에 아베가 떤다

입력 2015-09-17 14:17
업데이트 2015-09-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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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법안 반대운동 여세 몰아 내년 참의원 선거 영향 모색

’한 줌’ 대학생들의 몸짓이 변화에 저항하고 체제에 순응하는 일본 문화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고 있다.

일본 집단 자위권 법안(안보 법안) 반대 시위의 중심에 선 ‘실즈’(SEALDs)의 이야기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 행동’(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의 영문 약자인 실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안보 법안에 저항하는 대학생 중심의 단체다.

기밀을 누설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 알권리 침해 논란을 빚은 특정비밀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2013년 12월 6일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 국제기독교대 등의 학생들이 만든 SASPL(Students Against Secret Protection Law·특정비밀보호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실즈의 모체다.

이들은 특정비밀보호법이 발효한 작년 12월 10일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인 뒤 일단 해산했다가 지난 5월 ‘실즈’로 재탄생했다. 헌법기념일인 5월 3일 출범한 실즈는 6월 초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안보 법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했다.

실즈의 회원은 전국에 걸쳐 300명 정도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는 이들의 활동상과 주장은 최근 안보법안 반대 집회에 수만 명이 참가하도록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네트 우익’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될 정도로 일본에서 극우세력들의 선전 매체로 요긴하게 쓰이던 인터넷 공간이 그들과 정치적 신념이 반대쪽에 있는 실즈의 ‘놀이터’가 된 셈이다.

특히 ‘겐포 마모레, 이마스구 하이안’(헌법을 지켜라, 지금 당장 안보 법안을 폐기하라)는 구호를 절규하듯 외치는 장면과 함께 거의 매일 TV 화면에 등장하는 실즈 중심인물 오쿠다 아키(23·奧田愛基·메이지가쿠인대 4학년) 씨는 록스타급 화제의 인물이 됐다. 쿨 해 보이는 용모에 논리적인 언변을 갖춘데다 국회 공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의원들이 졸고 있다고 일갈하는 ‘당돌함’이 숨죽이고 있던 ‘리버럴’ 청년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실즈는 홈페이지에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초한 정치를 요구한다’, ‘우리는 입헌주의를 존중하는 정치를 요구한다’는 문구를 활동 기조로 소개했다. 안보 법안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아베 정권의 문제들을 건드린 것이다.

나아가 실즈는 ‘우리는 지속 가능한 건전한 성장과 공정한 분배로 사람들의 생활 보장을 실현하는 정치를 요구한다’, ‘우리는 대화와 협력에 기초한 평화적인 외교·안보 정책을 요구한다’는 등 경제·사회·안보 관련 요구까지 내 걸었다. 기성 정당의 ‘강령’을 연상케 하는 이들 내용은 실즈의 운동이 이번 안보법제 저지 투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오쿠다 씨는 16일 도쿄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매주 금요일 열리는 시위에 주요 야당 인사들이 참석하는데, 그것이 선거 협력으로 잘 연결된다면 다음 선거에서 (실즈가 야당들을) 응원하기 쉽게 될 것”이라며 “(안보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낙선시키자는 말이 (실즈 구성원 사이에서) 구호처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5년 이상의 장기 집권과 개헌 목표를 위한 ‘승부처’로 생각하는 내년 참의원 선거에서 실즈가 무시못할 ‘반 아베’ 세력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들에게서 1960∼1970년대 전공투(全共鬪·전학공투회의) 이후 일본 역사의 무대에서 사실상 사라졌던 학생운동의 소생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기성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일본 사회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현안에 대해 길거리로 나와 자기 목소리를 내는 문화의 싹을 보았다는 것이다.

때마침 지난 6월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고교 3년생 또는 대학 1학년생 나이인 만 18세가 내년부터 투표권을 갖게 된 가운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고등학생들이 안보 법안 반대 시위에 참가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오쿠다도 “나와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문화가 되고 있는데, 이것이 제일 큰 변화”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일본 우익들의 ‘이지메’(괴롭힘)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에는 ‘오쿠다가 재일 한국인이다’라는 등의 근거없는 소문과 함께 실즈를 위협하거나 인신공격하는 내용의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무토 다카야(36·武藤貴也) 중의원 의원은 지난 7월 30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실즈라고 하는 학생 집단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한다며 국회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은 ‘전쟁에 가고 싶지 않다’는 자기중심,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생각에 근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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