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유엔 연설…강대국 주도 국제질서 비판·약자보호 강조

교황, 유엔 연설…강대국 주도 국제질서 비판·약자보호 강조

입력 2015-09-26 02:18
업데이트 2015-09-26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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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이고 끊임없이 돈에 목말라”…국제금융기구 ‘억압적 시스템’ 성토 “마약밀매 수백만명 소리없이 죽여”…”인류엔 환경 파괴 권리없어” 반기문 총장 부부, 교황 영접…”인류에 대한 사랑 보여줘 감사”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5일(현지시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비판하면서 ‘약자’와 ‘환경’의 보호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평화와 개발, 성평등, 교육, 환경, 군축 등 유엔이 다루는 민감한 이슈들을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역대 교황 가운데 5번째로 유엔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연설은 국제사회의 문제점을 거침없고 강도 높게 비판했을 뿐 아니라 진보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먼저 “국제 금융기구들은 국가들의 지속 가능한 개발에 신경 써야 하고, 이들 국가가 억압적인 대출시스템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시스템은 사람들을 더 심한 가난과 배제, 종속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몰아넣는다”면서 “모든 종류의 남용과 고리대금업(usury)은 제한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포함한 유엔의 개혁을 언급했을 때에는 총회장을 가득 메운 193개 회원국의 정상 및 외교관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첫 남미 출신 교황인 그가 빈곤국이나 개도국에 대한 포용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불평등과 소외가 만연하는 극적인 현실은 내가 성도들과 연대해 엄중한 책임감에 대해 성찰하고, (이 문제를) 공개로 발언하게 이끌었다”고 말했다.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한 연설에서 교황은 우주를 ‘창조주로부터 온 사랑의 과실’로 표현하면서 “인류에게는 환경을 파괴하거나 남용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권’이라는 개념도 언급했다.

교황은 특히 강대국을 향해 “권력과 물질적인 번영을 위해 이기적이고, 끊임없이 돈에 목말라하고 있다”면서 “이는 이용가능한 천연자원을 잘못 사용하게 만들고, 약하고 빈곤한 계층을 더욱 소외시킨다”고 지적했다.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회의가 환경 문제에 대해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합의’를 도출하기를 교황은 희망했다.

교황은 빈곤 계층도 교육받을 권리와 더불어 주거(lodging)·노동(labor)·토지(land)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면서 이를 ‘3L’로 지칭했다.

또 이들이 충분한 식량과 물, 주거공간과 함께 종교적 자유를 누리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생명은) 모든 단계에서 절대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고, 남성과 여성에 대해서도 ‘타고난 차이(natural difference)’가 존재한다고 말하는 등 가톨릭의 교리에 충실한 입장을 보였다.

교황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한 서방국과 이란의 핵 합의를 ‘정치적 선의의 증거’라고 지지하면서 “이 합의가 지속되고 효과를 내는 동시에 당사국 간 협력을 통해 희망하는 결과를 가져왔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핵무기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핵무기 금지가 시급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이슬람국가’(IS)의 소수종교 탄압과 문화유산 파괴를 비판하기도 했다.

마약 밀매에 대해 교황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소리없이 죽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서 “마약 밀매에는 본질적으로 인신매매, 돈세탁, 무기거래, 아동착취 및 또다른 형태의 부패가 따른다”고 우려했다.

연설에 앞서 교황은 오전 8시 30분에 유엔본부에 도착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반 총장의 안내로 유엔 회의실로 이동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의실 책상에 놓인 유엔 방명록에 서명했다.

반 총장은 교황의 겸손과 인간미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면서 “영적으로 이끌어주고 인류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신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회의실에 걸린 미국 현대화가 노먼 로크웰의 작품인 ‘더 골든 룰(The Golden Rule)’에 대해 설명하는 등 교황의 유엔 방문을 환영했다.

교황은 이어 건물 내 로비에서 400여 명의 유엔 직원에게 짧은 연설을 했다.

교황은 이들의 노고로 유엔의 정치·경제·외교·문화 활동이 가능한 것이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교황은 또 “서로 존중하라”고 당부하면서 자신을 위해 기도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의 도착에 앞서 유엔본부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깃발이 게양됐다.

이는 유엔의 2개 옵서버 국가인 교황청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하기로 하는 결의안이 지난 10일 통과된 데 따른 것으로, 특별한 게양의식 없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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