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미국 NSA, 반기문-메르켈 회동 도청”

위키리크스 “미국 NSA, 반기문-메르켈 회동 도청”

입력 2016-02-23 14:03
업데이트 2016-02-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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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탈리아 총리 대화, EU-일본 무역 관련 협의 등도 도청”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2008년 대화 내용을 도청했다고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3일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NSA가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때문에 세계 정상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보도자료와 NSA 문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NSA는 포즈난 유엔기후변화총회 개최 직전인 지난 2008년 12월 10일 반 총장과 메르켈 총리가 만나 기후변화 협상에 관해 나눈 대화를 도청했다.

NSA는 이날 공개된 문서에서 “반 총장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만나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리더 역할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하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화를 나눴다”고 보고했다.

또 “반 총장은 12월 중순 EU 정상회의가 포즈난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총회는 물론 2009년 코펜하겐 대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NSA는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기후변화 이슈에 매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EU와 전 세계가 2009년 기후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에 적절한 조건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반 총장이 강조했다”고 기록했다.

위키리크스가 미국 정부의 반 총장 관련 도청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키리크스는 또 지난 2010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반 총장의 DNA를 수집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렸다고 폭로한 바 있다.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는 “반 총장이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한 개인 회동을 석유회사들을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된 한 나라가 도청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며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정부의) 표적이 됐다면 세계 정상부터 거리의 청소부까지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위키리크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의 대화, EU와 일본 무역장관들의 논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의 사적 회동 등을 NSA가 도청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NSA 문서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재임 중이던 2010년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문제로 벌어진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정착촌 건설은 골다 메이어(1969∼1974년 재임) 행정부 때의 국가정책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이 이를 빌미로 평화협상을 불발시킬 만한 비현실적 주장을 펼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직접적 접촉이 없어 양국간 긴장감이 커졌다고 주장하자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 회복에 이탈리아가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 문서에서는 그해 10월 22일 베를루스코니 당시 총리와 회동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이탈리아 경제 개혁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NSA는 문서에 적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탈리아의 재정적 곤경에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부채 해결을 위해 강력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이행하라고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압박했다.

EU와 일본 각료들이 2006년 12월 도하라운드 협상에 앞서 미국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내용도 NSA 문서에 담겼다.

양측은 미국이 초기 제안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 움직일 때 휘말리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하면서 협상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기록됐다.

EU 측은 일본의 뒤통수를 치고 미국과 비밀리에 양자 협상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본 측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자료 중 일부는 최고 등급의 대외비 자료로 분류돼 있다고 위키리크스는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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