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 기성정치에 실망한 표심 잡았다

伊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 기성정치에 실망한 표심 잡았다

입력 2016-06-20 09:17
업데이트 2016-06-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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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서 오성운동 약진·집권당 참패…정치지형 격변 예고

이탈리아 지방 선거 결선 투표 출구조사 결과 포퓰리스트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M5S)이 대약진했다.

오성운동은 37세 여성 변호사 비르지니아 라지를 내세워 수도 로마 시장을 차지했고, 집권 민주당의 아성으로 여겨지던 북부 공업도시 토리노에서도 오성운동 소속 31세의 여성 후보 키아라 아펜디노가 예상을 깨고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오성운동은 신랄한 정치 풍자로 인기를 끈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정직’(onesta)을 기치로 내걸고 좌파와 우파라는 기존 정당 체계를 부정하며 2009년 만든 정당이다. 오성(五星)은 물, 교통, 개발, 인터넷 접근성, 환경 등 정당의 5가지 주 관심사를 뜻한다.

창당된 지 불과 7년인 오성운동은 기성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에 편승해 이같은 성과를 내면서 2018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

오성운동은 그동안 대안 제시 없이 기성 정치 체제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적 공약을 제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당수인 그릴로의 독단적 당 운영 방식이 종종 도마에 오르는 등 한계를 드러내며 일부 지방에서 대표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경제난과 실업난 속에 집권 민주당의 인기가 급락하고, 기성 정당이 부패했다는 유권자 인식이 널리 퍼지며 반사 이익을 얻었고, 이는 이번 로마와 토리노 시장 선거 결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오성운동 내부적으로도 당 대표인 그릴로가 이번 선거 운동에 거의 나서지 않는 등 2선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 채 루이지 디 마이오(29) 이탈리아 하원 부대표 등 참신한 신진 세력을 전면에 내세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중도층과 젊은층의 표를 얻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공약으로 빈민을 위한 기본 소득 지원, 화이트 칼라 범죄와 조세 포탈 엄단, 감옥 확충, 자영업자 세금 감면, 공공 기관 연금 삭감, 방만한 공공 기관 민영화 등을 내세우는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언론이나 해외 언론에 의해 종종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지목된다.

오성운동 측은 이에 대해 “우리 정책은 복지부터 지출 삭감, 사법 개혁에 이르기까지 구체성이 있고, 재원도 충실히 뒷받침되는만큼 우리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다”라며 “우리를 포퓰리스트라고 하는 세력은 우리 정책에 대해 논의를 회피할 목적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이밖에 한때 리라화 복귀, 유럽연합(EU) 탈퇴 등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 등의 급진적인 주장을 펼쳐왔으나 그릴로가 막후로 물러나며 이런 주장에는 상당히 힘이 빠진 상황이다.

출구조사 결과대로 이탈리아 정치 중심인 로마 시장, 전통적으로 좌파세가 강했던 산업 중심지 토리노 시장 자리가 오성운동에 넘어갈 경우 이탈리아 정치권의 지형에는 앞으로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성운동으로서는 로마 시정이라는 막중한 정치적 책임을 안게 된 만큼 약점으로 지적된 빈약한 조직력과 인재 부족을 극복하고, 능력과 비전을 증명해야 하는 새로운 시험대에 서게 됐다.

집권 민주당은 자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치하에서 로마 행정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로마 시장직 자체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더 큰 격차로 참패를 당한데다 토리노 시장직까지 내줌으로써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마테오 렌치 총리 역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그동안 노동과 시장 부문 개혁을 밀어붙이며 당을 너무 오른쪽으로 끌고 간다는 내부 비난에 직면했던 렌치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로 10월로 예정된 국민투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동시에 당내 입지마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개혁을 골자로 한 국민투표가 통과되지 않으면 총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그는 당초 “지방선거는 지방 일꾼을 뽑는 것일 뿐 중앙 정치와 무관하다”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선거 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마테오 살비니가 창설한 극우정당 북부리그(NL)가 주도권 다툼을 하며 분열된 우파 진영은 이번 지방 선거 주요 도시에서 시장직을 하나도 건지지 못하며 쇠락을 실감하는 처지가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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