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의 ‘파나마 운하 알짜 외교’

차이잉원의 ‘파나마 운하 알짜 외교’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6-28 23:18
업데이트 2016-06-29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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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개통식서 중남미 정상들 두루 접촉…美 경유해 의회 대표단과 회동 성과도

파나마는 대만과 정식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22개국 중 최장기 수교국이다. 중국의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912년 중화민국 수립 때 맺은 관계를 이어 오고 있다. 지난 3월 파나마는 운하 확장 개통식을 3개월 앞두고 70여개국 정상들에게 초청장을 보내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동시에 초청했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차이 총통은 즉각 수락했지만, 시 주석은 거절했다. 차이 총통과 나란히 서는 것 자체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시 주석으로서는 쉽게 나설 수 없었다.

지난 26일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식 때 전 세계의 축하를 받으며 운하를 맨 처음 건넌 배는 중국 선박이었다. 파나마 측이 조만간 미국 물동량을 넘어설 중국을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파나마 외교’의 주인공은 단연 차이 총통이었다. 차이 총통은 개통식에 참가한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등 중남미 정상들과 두루 회담을 가졌다. 중국의 압력 탓에 어느 국가도 선뜻 대만과 정상회담을 할 수 없었지만, 차이 총통은 개통식을 적절히 활용해 정상들을 만났다. 개통식 친필 서명 때는 ‘대만 총통’(president of TAIWAN, ROC)이라고 썼다. 대만 총통이 국제 행사에서 써 오던 ‘대만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명칭 대신 독자적 주권을 강조한 ‘대만’(TAIWAN)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차이 총통의 파나마 방문은 8박 9일 일정으로 길게 짜였다. 중국의 견제로 미국에 가는 게 쉽지 않은 차이 총통으로서는 파나마 방문이 미국을 경유하기 위한 좋은 핑계였다. 파나마로 들어가기 전에 미국 마이애미에서 상·하원 대표단을 만나 안보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30일 돌아가는 길에는 로스앤젤레스에 들른다. 그가 스스로 이름 붙인 ‘영상전안’(英翔專案·차이잉원의 선회 외교)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셈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6-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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