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부과 결정…내주 공식 서명

트럼프,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부과 결정…내주 공식 서명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2 09:42
업데이트 2018-03-0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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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철강CEO들과 간담회…“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 파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적으로 서명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애초 우려됐던 ‘53% 관세폭탄’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25%의 관세 조치도 철강업계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관련국들도 즉각 반발하고 보복 조치를 경고하는 등 글로벌 무역 전쟁이 촉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외국 업체들이) 우리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했다”면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이를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입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10%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수입제한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하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범람으로 자국 산업 기반이 흔들려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든 수출국에 일괄 관세, 특정 국가 선별 관세, 대미 수출물량 제한 등의 옵션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가 “장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참석한 CEO들에게 철강산업의 부흥 노력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심하게 학대당했는지 모른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일으킬 것이다”라며 “(이번 조치로)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기업의 팽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올해 초 한국산 등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언급, “미국에 가전 공장이 건설되고 있고, 폐업했던 태양광 공장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옹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 관세부과 방침과 관련, 모든 수출국에 일률적으로 25%를 부과할지 아니면 일부 국가를 제외할지에 대해선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만약 일부 국가를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 나머지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요청이 잇따를 것이고, 또 관세를 부과받은 나라들은 자국산 철강을 관세 부과가 되지 않은 나라로 우회 선적해 결국은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통상가에서는 미국 노동자 고용이 많은 캐나다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일률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선택하겠지만 실제 관세 부과를 하기 전에 대상국들로 하여금 예외 적용을 요청하도록 하는 절차를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철강 규제안이 최종 확정되면 한국으로서는 최악은 면하는 결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당초 한국을 최소 53% 이상의 ‘관세 폭탄’ 부과 대상 12개국에 포함하는 방안도 3가지 옵션 중 하나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미국에 대해 3위 철강 수출국이며, 지난해 수출 물량은 365만t이었다.

하지만 25%의 관세 조치 역시 국내 철강산업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돼 우리 정부와 업계는 즉각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관련국들도 즉각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예고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조치를 두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철강·알루미늄 업계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 업계에서는 제품 가격 상승, 외국의 보복 조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에선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보좌관에 선임될 예정인 ‘매파’ 피터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강력한 규제를 촉구한 반면,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행정부 내에서는 철강 규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강경 목소리를 낸 가운데 북한 핵·미사일 해결을 위해 한국 등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공조가 중요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CNBC방송 등 미 언론은 전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도 이번 조치가 글로벌 무역 전쟁을 촉발시킴으로써 미국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미 주요언론 역시 사설을 통해 관세 인상이 미국의 노동자들을 해치고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불러 미국의 수출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최대의 실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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