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마스크, 부끄러워 못 쓴다”…불량 알고도 숨긴 日정부

“아베 마스크, 부끄러워 못 쓴다”…불량 알고도 숨긴 日정부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4-22 11:38
업데이트 2020-04-2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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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마스크를 쓴 채 총리공관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2020.4.17.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마스크를 쓴 채 총리공관 브리핑룸을 떠나고 있다. 2020.4.17.
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배포 중인 일명 ‘아베 마스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배포가 시작된 이후 불량 사례가 속출한 가운데 정부 내부에서 불량을 알고도 침묵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탁 후 크기가 너무 줄어드는 바람에 “아베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기 부끄럽다”는 비판도 속출하고 있다.

日신문, 정부 내부문서 입수…“마스크에 벌레·머리카락·곰팡이”
일본 정부가 임산부를 위해 배포한 천 마스크 50만장 중 불량품이 속출해 배포가 중단된 가운데 전국 모든 가구에 배포되는 천 마스크에서도 벌레 등의 이물질이 확인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든 가구에 배포하기 위해 포장을 시작한 200만장의 천 마스크에서 벌레나 머리카락, 실밥 등 이물질이 섞여 있거나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의 문제 사례 200건이 지난 18일 시점에 확인됐다.

불량 알고도 침묵…담당과 “답변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를 알고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책반 내부 문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모든 가구에 배포 중인 일명 ‘아베 마스크’에서 불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머리카락이 발견된 개봉 전 ‘아베 마스크’.  트위터
일본 정부가 모든 가구에 배포 중인 일명 ‘아베 마스크’에서 불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머리카락이 발견된 개봉 전 ‘아베 마스크’.
트위터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14일부터 임산부를 위해 50만장 규모로 전국에 천 마스크를 먼저 배포했다. 그러나 마스크에 오염물이 묻어 있거나 벌레·머리카락 등이 나오는 등 불량 사례가 계속 보고되자 21일 배포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임산부용 마스크 중 불량은 143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7870장에 달했다며 마스크 배포를 일시 중단하고 원인을 조사할 뜻을 밝혔다.

이때 가토 후생상은 임산부용 마스크와는 별도로 전국 5000만 가구에 2장씩 배포되는 마스크에서 발견된 불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스크 배포를 담당하는 후생성 경제과는 임산부용 마스크 외에서 나온 불량 문제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마이니치신문의 문의에 “회답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번만 빨아도 줄어들어…쓰고 나가기 부끄럽다”
경제과는 지난 17일 시작된 모든 가구에 천 마스크를 배포하는 작업도 “현 시점에서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앞장서 밀어붙인 천 마스크 전국 배포 사업은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라고 불리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베의 마스크’라는 뜻인 아베노마스크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발음을 살린 일본 언론의 조어다.
일본 정부가 모든 가구에 배포한 일명 ‘아베 마스크’. 세탁 후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일본 정부가 모든 가구에 배포한 일명 ‘아베 마스크’. 세탁 후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전국 배포에 앞서 요양시설과 복지시설 등에서 먼저 천 마스크를 받은 이들은 ‘마스크가 작아서 말할 때 끈이 풀어진다’, ‘귀가 아프다’, ‘빨면 줄어든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발견되는 사례와 함께 한번 세탁하고 나면 크기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불평이 제기되고 있다.

또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는 복합 필터의 기능보다는 단순히 면을 여러 겹 겹쳐놓은 듯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정부가 요양시설 또는 복지시설에 배포한 일명 ‘아베 마스크’. 세탁 후 심하게 구겨지고 줄어들었다.  뉴스포스트세븐 캡처
일본 정부가 요양시설 또는 복지시설에 배포한 일명 ‘아베 마스크’. 세탁 후 심하게 구겨지고 줄어들었다.
뉴스포스트세븐 캡처
일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에 따르면 관서 지방의 한 요양시설 관계자는 배포된 아베 마스크에 대해 “턱을 가리려고 하면 코가 나오고, 코를 가리려고 하면 턱이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또 안내에 따라 세탁기 빨래가 아닌 세제를 녹인 물에 주무르지 않고 마스크를 담그기만 하는 방식으로 세탁했는데도 처음부터 줄어들더니 두번째 빨았을 때에는 더욱 작아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작아진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돌봄 현장은 물론 외출하기도 부끄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요양시설 또는 복지시설에 배포한 일명 ‘아베 마스크’. 세탁 후(왼쪽) 심하게 구겨지고 줄어들었다.  뉴스포스트세븐 캡처
일본 정부가 요양시설 또는 복지시설에 배포한 일명 ‘아베 마스크’. 세탁 후(왼쪽) 심하게 구겨지고 줄어들었다.
뉴스포스트세븐 캡처
이후 전국의 임산부를 위해 배포한 마스크에서 불량품이 대거 발견돼 배포가 중단된 데 이어 모든 가구에 배포되는 마스크에서 발견된 불량을 숨긴 것으로 알려져 아베노마스크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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