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살균제 주입 치료’ 충격 발언, 사이비단체에 혹했나

트럼프의 ‘살균제 주입 치료’ 충격 발언, 사이비단체에 혹했나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4-25 11:52
업데이트 2020-04-2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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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살균제’ 발언은 사이비단체 때문?
트럼프 ‘살균제’ 발언은 사이비단체 때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살균제 인체 주입 검토”라는 황당무계한 발언으로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이같은 아이디어가 한 사이비단체 수장인 마크 그레논(오른쪽)으로부터 비롯됐을지도 모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 보도했다. 2020.4.24
로이터 연합뉴스·마크 그레논 페이스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던진 ‘살균제 인체 주입 검토’라는 황당한 발언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황당무계한 아이디어를 사이비 단체로부터 얻었을지 모른다는 추정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 표백제 업자가 며칠 전 백악관에 “표백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24일(영국 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 “사이비단체, 트럼프에 ‘표백제 치료’ 서한 보내”
가디언에 따르면 ‘제네시스Ⅱ’(GenesisⅡ)라는 기업을 이끄는 마크 그레논은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표백제는 인체의 병원체를 99%까지 박멸할 수 있는 훌륭한 해독제”라면서 “신체의 코로나19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에 소재한 이 단체는 교회라고 내세우곤 있지만 사실 이산화염소(표백제)를 ‘기적의 치료제’라면서 생산·유통하는 단체라는 것이 가디언의 설명이다.

표백제는 섬유업계 등에서 산업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사람이 그대로 마셨을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체의 수장을 자칭하는 그레논은 이를 ‘기적의 미네랄 용액’(MMS·miracle mineral solution)이라고 부르며 암, 말라리라, 에이즈, 자폐증 등 질병의 99%를 치료할 수 있다고 거짓 광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이 단체는 MMS가 치료제라며, 이 표백제 3∼6방울을 물에 타 먹으라고 선전했다.

그는 ‘친애하는 대통령께, 이 편지를 읽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시작한 편지를 보냈다고 지난 19일 온라인에 공개된 쇼에서 언급했다.

그레논은 다른 지지자 30명도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제네시스Ⅱ’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사이비 단체 ‘제네시스Ⅱ’(GenesisⅡ)라는 기업을 이끄는 마크 그레논. 그는 지난 19일 온라인에 공개된 쇼를 통해 자신이 만든 소독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사이비 단체 ‘제네시스Ⅱ’(GenesisⅡ)라는 기업을 이끄는 마크 그레논. 그는 지난 19일 온라인에 공개된 쇼를 통해 자신이 만든 소독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살균제를 언급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MMS를 백악관에 보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MMS와 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받았다. 신께서 모두가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돕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의 브리핑에서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박멸할 수 있다”고 말해 의학 전문가들이 경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표백제가 침 속의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한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美정부, 며칠 전 문제의 ‘표백제’ 광고·판매 금지조치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발언에 며칠 앞서 미국 정부는 표백제를 코로나19의 치료제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연방법원은 지난 19일 식품의약국(FDA)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네시스Ⅱ가 코로나19의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고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MMS가 코로나19를 치료했다고 인터넷에 올린 주장도 삭제토록 했다.
‘제네시스Ⅱ’(GenesisⅡ)라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사이비단체가 기적의 치료약이라고 광고하는 소독제. 미국 정부는 인체에 유해한 표백제를 코로나19의 치료제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제네시스Ⅱ’(GenesisⅡ)라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사이비단체가 기적의 치료약이라고 광고하는 소독제. 미국 정부는 인체에 유해한 표백제를 코로나19의 치료제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앞서 FDA는 지난해 8월에는 MMS가 메스꺼움, 설사, 탈수 등을 일으켜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며 MMS를 구매하거나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그레논의 편지에 영향을 받았는지 백악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입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MMS를 기적의 치료제라고 관심을 갖도록 한 다른 인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 앨런 키예스 전 대사를 꼽았다. 키예스는 보수 성향의 한 TV 쇼에서 MMS를 기적의 치료제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키예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MMS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공화당 소속일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믿는다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다음날 브리핑에선 “가짜뉴스로 비꼰 것” 해명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살균제 발언에 대해 스스로 회의적이라고 얘기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고, 오히려 그 발언을 할 때는 매우 진지해 보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 주입’ 발언 이튿날 브리핑에서는 “나는 당신 같은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비꼬는 투로 질문한 것”이라며 문제의 발언이 진지한 견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살균제)은 손에 있는 바이러스를 죽이고 일들을 훨씬 좋게 만들 것”이라면서도 “그 발언은 비정상적으로 적대적인 언론, 이른바 가짜뉴스 언론사 집단에게 비꼬는 질문의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비슷한 질문이 이어지자 사람들이 소독제를 주입하길 권장하진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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