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살인 장면 보여준 美교사 “재판 배우게 하려고”

학교에서 살인 장면 보여준 美교사 “재판 배우게 하려고”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4-05 17:32
업데이트 2021-04-0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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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쉴 수 없다”
“숨을 쉴 수 없다” 5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 데릭 쇼빈 경관이 비무장한 흑인 시민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눌러 제압하는 장면이 행인에 의해 촬영됐다. 8분 46초 동안 목이 눌린 플로이드는 “제발 살려 달라”, “숨을 쉴 수가 없다”고 호소하다 끝내 숨졌다. 2020.6.6
AFP 연합뉴스
목 짓눌려 괴로워하는 영상 그대로 상영
“정서적으로 큰 트라우마 겪을 수 있어”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목이 짓눌러져 숨지는 장면을 학생들에게 보여줘 논란이다.

5일 미 ABC 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시 체다힐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최근 1학년 커뮤니케이션 수업시간 중 지난해 5월 플로이드를 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백인 남성 데릭 쇼빈 전 경찰관에 대한 재판 영상을 틀었다.

지난 1일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는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영상과 사진 등 여러 증거가 공개됐는데, 플로이드가 쇼빈 전 경관의 무릎에 짓눌린 채 “숨을 쉴 수가 없다”, “엄마”를 외치며 9분 동안 괴로워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해당 장면을 본 많은 성인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서 동의 없이 수업 중에 문제의 영상을 보여줬다고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해당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아이들에게 플로이드의 살인 장면을 교실에서 TV로 보게끔 강요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지난달 1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 출석한 데릭 쇼빈(오른쪽) 전 경관. 법원 TV 영상을 촬영한 것임. AP=연합뉴스
지난달 17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 출석한 데릭 쇼빈(오른쪽) 전 경관. 법원 TV 영상을 촬영한 것임. AP=연합뉴스
교사 “재판 배우게 하려고”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실제 재판 배심원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려던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교사는 이어 “여러분 자녀들이 매일 실제 재판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검찰과 변호인 양쪽이 제출하는 증거를 경청하고 주의 깊게 배우게 하려 했다”고 말했다.

체다힐 고교의 행정을 책임지는 학구는 진상조사에 나선 후 지난 2일 성명에서 “학교나 학구 관계자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교사에게도 관련 통지를 내렸으며 해당 수업은 취소됐다”고 발표했다.

체다힐 고등학교 교장도 “(플로이드) 재판을 학교에서 보는 것은 학생들의 연령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고 거들었다.

심리학자들은 플로이드가 죽는 장면을 다시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직접 겪지 않았음에도 이를 보고 고통을 느끼는 ‘대리 외상’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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