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첫 국내 확진에 미국 ‘집단불안’…당국 우왕좌왕

에볼라 첫 국내 확진에 미국 ‘집단불안’…당국 우왕좌왕

입력 2014-10-03 00:00
업데이트 2014-10-0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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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CDC 관계자와 던컨이 격리 치료 중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주 의료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던컨과 접촉한 사람의 수가 80∼100명에 이른다고 2일 전했다.

전날 발표한 12∼18명에서 갑자기 많아진 것이다.

그러나 재커리 톰슨 댈러스 카운티 보건국장은 지역 신문 댈러스 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100명은 던컨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한 부정확한 수치”라며 “직접 접촉자 수는 12∼18명”이라고 밝혔다.

톰슨 국장은 던컨의 가족 중 4명에게 에볼라 잠복기(2∼21일)가 끝나는 19일까지 집에 머물고 방문자도 만나지 말 것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국의 뒤늦은 감염 접촉자 추적, 접촉자 수와 관련한 의료 당국자의 ‘말바꾸기’가 주민의 걱정을 가중하고 있다.

던컨과 지난 주말 접촉한 5명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 4곳의 일부 학부모는 감염 방지를 위해 자녀의 등교를 막는 등 자체 보호에 들어갔다.

의료 당국은 5명의 학생은 물론 가택체류를 명령한 던컨의 가족 4명이 모두 에볼라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진 오진에 비판 쇄도 = 지난달 20일 미국 입국 후 에볼라 증상을 자각해 6일 뒤 병원을 찾은 던컨은 의료진에게 라이베리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격리 치료 없이 집으로 돌아가라는 진단을 받았다.

던컨을 만난 간호사가 라이베리아에서 온 환자라는 점을 주지시켰으나, 의료진은 ‘낮은 단계의 전염병’으로 오진하고 항생제만 처방했다.

라이베리아와 에볼라의 연관성과 위험성을 간과한 것이다.

던컨은 이틀 후 병원에 입원했고 30일 에볼라로 확진됐다.

던컨이 미국 입국 후 6일간 아무런 제약 없이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부상했고, 결과적으로 의료진의 오판이 격리치료를 사흘이나 지연시켰다는 비난이 비등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던컨을 최초로 치료한 의료진에 대해 “실수로 완전히 망쳤다(dropped the ball)”고 비난했다.

고개를 떨군 CDC와 미 의료 당국은 2일 전국 병원에 에볼라 증상 확인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등 뒤늦게 부산을 떨며 추가 전염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예의주시되는 사람은 던컨의 가족이나 친구다. 두 번째 감염 의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하와이주에서도 에볼라 유사 증상을 보인 환자 1명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의 초동 대처 실패는 신속하고 조직적인 대응으로 에볼라 전염을 초기에 진압한 나이지리아와 대조를 이룬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7월 25일 라고스에서 숨진 라이베리아 재무부 관리 패트릭 소여를 통해 첫 에볼라 감염사례가 확인되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소여와 접촉한 72명은 물론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한 모든 사람을 추적하는 등 894명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였다.

나이지리아에서는 8월 31일 후 지금까지 추가 감염 보고는 나오지 않고 있다.

◇ 미국∼서아프리카 비행기 운항중단 주장도 등장 = 던컨의 미국 입국 경로가 드러나면서 미국과 서아프리카를 잇는 항공편 운항을 중단해야 한다는 고강도 처방까지 등장했다.

던컨은 9월19일 라이베리아 몬로비아를 떠나 벨기에를 거쳐 20일 워싱턴DC에 도착했고, 비행기를 바꿔 타고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에 내렸다.

그러나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여행의 중요성과 서아프리카 지역 에볼라 구호활동을 위해 운항 중단은 어렵다는 견해를 각 항공사에 전달한 바 있어 비행기 운항 중단은 현실화 가능성이 작다.

톰 프리든 CDC소장은 “비행기 내에서 에볼라가 전염될 가능성은 현재 상황에서는 ‘제로’”라며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을 통해 전염되지, 공기 중 호흡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던컨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사람들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미국인의 집단적인 불안감은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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