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한 이민자 부녀 사진 파장에...美의회, 5조원 긴급예산 승인

익사한 이민자 부녀 사진 파장에...美의회, 5조원 긴급예산 승인

최훈진 기자
입력 2019-06-28 14:04
업데이트 2019-06-2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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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려던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익사한 채 리오그란데강 둑 근처에서 발견됐다. 마르티네스의 어머니 로사 라미레즈가 25일 엘살바도르 산마르틴 자택에서 손녀가 아끼던 인형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6.28 산마르틴 AP 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려던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와 그의 23개월 된 딸 발레리아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익사한 채 리오그란데강 둑 근처에서 발견됐다. 마르티네스의 어머니 로사 라미레즈가 25일 엘살바도르 산마르틴 자택에서 손녀가 아끼던 인형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06.28 산마르틴 AP 연합뉴스
미국 정착을 위해 강을 건너다 익사한 엘살바도르 부녀의 비극적인 사진이 안팎으로부터 큰 파장을 몰고 오면서 미 의회가 5조원이 넘는 이민자 긴급 지원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미국 하원은 27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힌 이민자 보호를 위해 46억 달러(약 5조 3000억원)의 긴급 구호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찬성 305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전날 상원에서도 찬성 84표와 반대 8표라는 압도적 표 차이로 통과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곧바로 발효된다.

법안은 구금된 이민자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에 인도된 이민자 아동을 돌보는 데 30억 달러, 국경순찰대에 붙잡힌 이민자의 임시 주거와 식사에 10억달러 이상이 각각 투입된다.

당초 민주당 일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진보 성향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민자 아동의 시설 수용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 예산을 감축하는 내용의 수정 입법을 추진했으나 백악관과 공화당의 반대에 밀려 이를 포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표결에서도 민주당 하원의원 235명 중 진보 성향 의원 71명은 끝까지 반대표를 던졌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백악관이 일부 행정상 보완조치를 할 수 있단 뜻을 밝혔다. 실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본회의 전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에서 구금시설에서 이민자 아동이 사망할 경우 24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지하고, 이민자 아동의 시설 수용 기간을 90일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외신들은 엘살바도르 출신 오스카르 알베르토 마르티네스 라미레스(25)와 23개월 딸이 리오그란데강에서 꼭 끌어안은 채 익사한 사진과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의 열악한 주거 실태에 관한 언론 보도가 이날 법안 통과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 사진과 보도로 국경 위기에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은 덕분에 미 의회가 다음달 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열흘 간의 휴회에 들어가기 전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받았다는 것이다.

이날 법안 통과 소식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남부 국경을 위한 초당적인 인도주의 지원법이 방금 통과됐다. 아주 잘 됐다”라며 “이제 우리는 망명 제도를 고치고 구멍을 없애기 위해 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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