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많은 泰관광명소에 폭탄테러…반군부 정치테러인가

외국인 많은 泰관광명소에 폭탄테러…반군부 정치테러인가

입력 2015-08-18 11:11
업데이트 2015-08-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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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와 친 탁신 세력 간 긴장 고조·반군부 세력 소행 유력

태국 방콕 도심에서 17일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의 배후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반군부 세력이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쁘라윗 왕수완 태국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관광지 근처에서 테러가 일어난 점을 들어 태국 경제와 관광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자들의 소행으로 18일 추정했다. 범인들이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 명소를 테러 장소로 선택해 테러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태국의 정국을 고려할 때 정치적 목적의 테러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작년 5월 육군 사령관이던 프라윳 찬-오차 현 총리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가 안정과 국민 화해를 내세우며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전 총리 정부를 무너뜨렸지만, 정치적 긴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잉락 전 총리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이다.

군부 정권이 최근 탁신 전 총리의 경찰 계급 박탈, 민주주의 후퇴로 지적받고 있는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다음 달 군 간부 인사가 예정돼 있어 친 군부 세력과 친(親) 탁신 진영 간에 마찰 조짐이 일고 있다.

군부는 탁신 전 총리가 지난해 태국을 강타한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왕실 추밀원이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하자 국가 안정을 해치는 발언을 했다며 경찰 간부 출신인 그의 계급 박탈을 추진하고 있다.

프라윳 총리는 군 인사를 앞두고 자신의 친동생인 프리차 찬-오차 장군을 육군 사령관 자리에 앉힐 수 있다고 발언해 군 외부는 물론 내부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다.

육군 사령관은 군부 내 최대 실권자로 과거 쿠데타를 주동한 사례가 많으며, 프라윳 총리 자신도 육군 사령관 출신이다.

애초 태국 군부는 올해 10월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내년 초, 내년 9월로 연기한 데 이어 2017년 4월로 또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이 선출하지 않은 총리 임명을 허용하고 군부가 포함된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탁신 전 총리 세력과 야권의 무력화를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국민 대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군부 정권을 비난했다.

이번 테러 발생 지역은 정치적 상징성도 갖고 있다. 방콕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에라완 사원 주변으로, 이곳의 라차프라송 교차로 일대는 정치 시위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

2010년 이 교차로에서는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셔츠’ 시위대 집회가 2개월가량 열렸으며 군대 진압 과정에서 90여 명이 숨지고 1천700여 명이 다쳤다.

작년 상반기 방콕에서는 소형 폭탄 폭발 사건이 몇 차례 발생했으며 올해 2월에는 시내 쇼핑몰 근처에서 사제 폭탄이 터져 2명이 다치기도 했다.

군부는 지난 5월 유명 관광지 사무이 섬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사건과 관련 ‘레드셔츠’ 운동원 1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산센 깨우깜넷 정부 대변인은 “누구 소행인지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혜택을 잃은 구세력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심 테러가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과 관련이 있는지도 주목된다.

지난 7월에는 남부 지방에서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 방화 등으로 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이들은 2004년 이후 관공서, 경찰서 등에 대한 테러 공격을 확대해 지금까지 6천 명 가까이 숨지고 1만여 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 활동 무대가 남부 지방으로, 소규모 게릴라식 테러를 해온 점을 고려할 때 방콕 도심에서 대규모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 사이에는 이번 사건이 군부에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과거 정치 테러가 빈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윳 총리를 비롯해 정부 수뇌부들은 구체적인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아직 범행의 동기와 배후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폭탄 테러가 반군부 세력에 의해 자행된 것으로 밝혀지면 군부는 친 탁신 진영을 비롯해 반대 세력에 대한 통제와 정권 장악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대형 테러 사건으로 태국 정국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관광산업에도 충격을 줘 경제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은 올해 외국인 방문객이 당초 예상한 2천880만 명을 웃도는 2천900만~3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에서 관광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약 10%를 차지한다.

태국 재무부가 수출 부진을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7%에서 3%로 하향 조정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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