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 선장 뉴질랜드 상륙 250주년 “이게 기념할 만한 일인가”

쿡 선장 뉴질랜드 상륙 250주년 “이게 기념할 만한 일인가”

임병선 기자
입력 2019-10-08 14:30
업데이트 2019-10-08 17:3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뉴질랜드 북섬 동쪽 해안 도시 기스번 항구를 내려다 보며 서 있는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 지난해에도 누군가 쓰러뜨렸다. 알마이 닷컴 캡처
뉴질랜드 북섬 동쪽 해안 도시 기스번 항구를 내려다 보며 서 있는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 지난해에도 누군가 쓰러뜨렸다.
알마이 닷컴 캡처
몇 백년 동안 마오리족이 거주해왔는데 제임스 쿡(1728~1779년) 선장이 발견했다고 하고, 뉴질랜드 정부가 쿡 발견 250주년 기념 행사를 개최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1769년 10월 8일 영국인 탐험가 쿡 선장 일행이 HMS 엔데버 호를 타고 기스번 해안에 첫발을 내디뎌 식민 통치의 시작을 알린 날이다. 하지만 마오리 말로 아오테아로아로 불리는 뉴질랜드는 마오리족이 이미 뿌리를 내린 곳이었다. 마오리 공동체에 끼친 해악을 감안해서라도 쿡의 발견 250주년은 기념할 만한 일이 아니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고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전했다.

250년 전의 엔데버 호를 본뜬 HM 뱅크 엔데버 호가 기스번 항구에 도착한 순간 환영 인파와 반대 시위대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25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한 제니 시플리는 쿡의 상륙이 “사회에 막대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비극적 개입”이라고 생각한다며 같은 뉴질랜드인으로서 다름을 표출하고 싶어하는 것은 성장하는 데 나쁜 요소가 결코 아니“라고 라디오 뉴질랜드 인터뷰를 통해 털어놓았다.

지난주 영국 인권판무관 로라 클라크는 성명을 발표해 쿡 선장이 이 섬에 첫발을 내디뎌 처음 만난 이위(iwi) 부족민 아홉 명을 살해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지만 사실상 사과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쿡 선장이 지금의 기스번인 투랑가누이 강에 도착했을 때 부하들과 마오리 주민들이 처음 마주쳤는데 은가티 원원 그룹이 베푼 전례 의식을 쿡의 부하들은 자신을 위협한다고 착각해 지도자를 비롯해 아홉 명을 살해했다.

많은 마오리족 인권 단체들은 쿡의 도착 후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해 아직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원주민 인권 운동가인 티나 은가타는 이번 기념 행사가 “침략과 제국주의 팽창을 기념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는 식민지 시절에 마오리 조상들이 공정하지 못하게 다뤄졌으며 오늘날도 가난과 범죄, 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기스번에 있는 쿡 선장 동상이 낙서로 훼손되거나 파괴되는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쿡보다 먼저 뉴질랜드에 발을 디딘 유럽인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네덜란드 항해사 아벨 타스만이 80여년이 훨씬 앞선 1642년에 이곳을 다녀갔다는 것이다. 물론 폴리네시아 제도의 마오리족은 타스만보다 몇 백년 전에 이미 뉴질랜드에 당도했다.
제임스 쿡 선장 일행이 탑승해 뉴질랜드 기스번에 상륙했던 HMS 엔데버 호를 본떠 만든 HM 뱅크 엔데버 호가 남태평양을 항해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제임스 쿡 선장 일행이 탑승해 뉴질랜드 기스번에 상륙했던 HMS 엔데버 호를 본떠 만든 HM 뱅크 엔데버 호가 남태평양을 항해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해서 뉴질랜드는 기념 행사의 명분을 조금 다르게 설정했다. 마오리족과 유럽인의 첫 만남 250주년이라고 표현해 이날 엔데버 호를 본뜬 배 등이 북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도시 기스번에 당도하는 재현 행사를 펼친다. 뉴질랜드 의원인 켈빈 데이비스와 키리타푸 앨런이 선상에 올라 승무원들을 맞는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마오리 말로 투랑가 누이 아 키와라고 불리는 기스번 시내에서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도 지난 5일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에 참석해 뉴질랜드 역사에 관한 논쟁을 더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던 총리는 “우리는 진실되게 말하고 있지만, 내 믿음에 그 얘기의 50%는, 잘 얘기되고 있지 않다”며 뉴질랜드인들은 과거의 얘기 전체를 배우고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