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비 차량 막고 ‘세손가락 경례‘했다고 16년형 선고할 수도

태국 왕비 차량 막고 ‘세손가락 경례‘했다고 16년형 선고할 수도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0-16 11:08
업데이트 2020-10-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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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외부 행사 참석차 왕궁을 나와 도심 상업지구로 향하던 수티다 태국 왕비를 태운 자동차가 반정부 시위대 앞을 지나가자 시위대원들이 일제히 세 손가락 경례를 붙이고 있다. 방콕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4일 외부 행사 참석차 왕궁을 나와 도심 상업지구로 향하던 수티다 태국 왕비를 태운 자동차가 반정부 시위대 앞을 지나가자 시위대원들이 일제히 세 손가락 경례를 붙이고 있다.
방콕 로이터 연합뉴스
전날에 이어 5인 이상 집회가 완전 금지하겠다는 칙령이 발표된 15일에도 태국의 반정부 집회가 밤늦게까지 이어진 가운데 방콕 도심 상업지구의 중심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원들이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방콕 AP 연합뉴스
전날에 이어 5인 이상 집회가 완전 금지하겠다는 칙령이 발표된 15일에도 태국의 반정부 집회가 밤늦게까지 이어진 가운데 방콕 도심 상업지구의 중심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원들이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방콕 AP 연합뉴스
태국 왕비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이른바 ‘세 손가락 경례’를 했을 뿐인데 반정부 인사 두 명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국왕이나 왕비의 자유를 방해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형법 110조에 의거한 것이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소 징역 16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왕과 왕비, 왕세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한 형법 112조, 이른바 ‘왕실모독죄’보다 더 중형이 주어진다. 반정부 집회에서 커지고 있는 ‘군주제 개혁’ 주장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태국 형사법원은 수티다 왕비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이 반정부 활동가 에까차이 홍깡완과 분꾸에눈 빠오톤 두 명에 대해 신청한 체포영장을 전날 발부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와 온라인 매체 카오솟이 16일 보도했다. 에까차이 등은 14일 오후 5시 30분쯤 반정부 집회가 개최된 핏사눌록 거리에서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세자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수티다 왕비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을 대신해 도심 내 한 사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왕궁을 나선 참이었다. 에까차이 등은 차량을 향해 태국 반정부 세력 사이에서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에 저항을 상징하는 신호로 나오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한 것도 체포영장의 범죄 혐의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왕비 차량 동선에 시위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지만, 많은 이들이 차량 쪽으로 접근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이 일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왕당파들은 반발했다. 결국 이 일이 일어난 뒤 12시간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전 4시 태국 정부는 5인 이상 정치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칙령을 발효했다. 반정부 집회 참석자 2만명 가량이 바리케이드와 차벽을 뚫고 총리실 건물까지 진출한 것도 비상조치를 부른 한 원인이지만, 외신은 왕비 차량 행렬과 관련된 사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 반정부 집회 주최자들이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함께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군주제 개혁 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는 “경찰이 왕비 차량 행렬을 집회 지역으로 안내하는 미심쩍은 책략을 사용했다”면서 “시위대를 폭도로 색칠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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