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트 철거’에 긴장감 감도는 홍콩 도심

‘바리케이트 철거’에 긴장감 감도는 홍콩 도심

입력 2014-10-13 00:00
업데이트 2017-08-0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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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경찰 진압 나서면 대피했다 다시 모일 것” 택시기사ㆍ親中단체 회원들 시위해산 ‘압박’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 시민에게 대피하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곧 다시 모이라고 할 것입니다.”

13일(현지시간) 홍콩 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미럴티(金鐘)의 도로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네이선 로 퀀-충 홍콩 영남대(嶺南大) 총학생회장(21)은 경찰이 진압에 나서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대학학생회 연합체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의 상무위원인 로 회장은 “정부가 확고한 정치개혁안을 내놓을 때까지 시민이 거리에 나올 것”이라며 “시민은 장기 투쟁에 자발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에 대응 방안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더 강력한 투쟁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경고했다.

로 회장과 인터뷰 도중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정부청사 옆 중국 인민해방군(PLA) 홍콩주둔군 건물에서 나는 소리였다.

전날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행정수반)이 무력 진압 가능성을 경고한 데 이어 이날 오전 경찰이 일부 지역의 바리케이드 철거에 나선 상태여서 ‘드디어 올 것이 온 건가’ 싶어 뛰어가 보니 PLA 홍콩주둔군 군인들이 훈련을 하다 외치는 함성이었다.

시위대가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잠시, 이번에는 요란한 자동차 경적이 울렸다.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니 택시 기사들이 10여 대의 택시를 몰고 와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이들은 시위대에 차량 통행을 막지 말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잠시 뒤에는 친중(親中) 단체 회원들과 마스크를 쓴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택시 기사와 함께 바리케이드 철거를 시도했다.

트럭까지 동원된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이 시작되자 시위대 수백 명이 항의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경찰이 출동해 두 세력을 분리하면서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채 바리케이드를 철거하던 이들 중 일부는 칼을 소지하고 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애드미럴티에서는 지난 6일에도 랩에 쌓인 40㎝ 길이의 칼 10자루가 든 가방 2개가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중국계 조직폭력단체 삼합회(三合會)의 계파인 신의안(新義安)과 화승화(和勝和) 조직원 약 200명이 시위 찬반 세력에 잠입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구체적인 동기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을 사이에 두고 시위대와 맞선 친중 단체 회원들이 시위대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했지만, 시위대는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생일 축하합니다’란 노래를 한목소리로 불렀다.

반대파와 충돌하게 되면 경찰에게 진압 명분만 제공한다는 게 시위대의 설명이다.

고가도로 위에서 아수라장 같은 현장을 지켜보던 은행원 타미 웡(34) 씨는 “중국화 되는 홍콩에서 앞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이는 민주화 운동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홍콩 시민 간 갈등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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