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이트] 中 최고 명주 ‘마오타이주’

[글로벌 인사이트] 中 최고 명주 ‘마오타이주’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6-05-16 17:36
업데이트 2016-05-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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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9번 끓이고 8번 발효 7번 걸러내 ‘탄생’
닉슨·김일성도 ‘건배’… 中 역사의 순간마다 등장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주(茅台酒) 마케팅 전략은 신비주의이다. 가짜가 많기 때문에 진짜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마오타이진으로 몰려오지만, 양조장만큼은 좀처럼 개방하지 않는다. 지난 10일 구이저우성 고위층의 협조로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술문화박물관단지 ‘국주문화성’(國酒文化城) 내에 있는 양조장을 견학했다.

양조장 문이 열리자 된장 또는 간장을 빚는 듯한 특유의 장향(醬香)이 코끝을 찔렀다. 중국 바이주(白酒)의 향은 농(濃), 장(醬), 청(淸), 미(米) 등 12가지로 분류되는데 마오타이주는 장향형에 속한다. 1862년에 지어져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이곳에선 20여명의 기술자들이 대장간을 방불케 하는 열기 속에서 수수(가오량·高糧)와 누룩을 뒤섞고, 발효된 수수를 가마솥에 올려 증류시켜 햇술을 뽑아내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작업장 구석에 있는 수도꼭지로 마오타이 원액이 졸졸 흘러나왔다. 양조장 관리자인 쩌우리구이(鄒立貴) 부주임이 건넨 원액을 한 모금 마시자 목구멍과 가슴으로 불덩이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듯했다. 원액은 7차례 걸러져야 비로소 마오타이주가 된다고 했다.

마오타이주가 천하제일의 바이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의 수수와 츠수이허(赤水河) 강물 덕택이다. ‘붉은 수염’으로 불리는 이곳 수수는 작고 껍질이 단단하며 알맹이가 차져 최상의 원료로 꼽힌다. 마오타이진을 휘감고 흐르는 황톳빛 츠수이는 광물질이 풍부해 술맛을 깊게 한다. 마오타이주의 생산 주기는 1년이다. 중양절(음력 9월9일)에 시작해 1년 동안 아홉 번 끓이고 여덟 번 발효시킨 뒤 일곱 번에 걸쳐 햇술을 걸러 낸다. 공정별로도 수십 개의 비법이 숨어 있다. 병입·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이 사람 손에 의존하는 전통 방식 그대로다.

마오타이주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15년 11월 ‘파나마 태평양 국제박람회’부터다. 당시 관람객이 없던 중국 전시관에서 술병이 깨지는 사고가 났는데, 마오타이주 향기가 장내에 퍼져 관람객이 구름처럼 모였고, 마오타이주는 수많은 출품작을 제치고 금상을 차지했다. 국주문화성에는 마오타이주가 빛낸 역사적 사건이 빠지지 않고 기록돼 있다. 마오쩌둥과 장제스의 국공합작, 마오쩌둥·스탈린 회동,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 등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중요 회담엔 반드시 마오타이주가 있었다. 북한 김일성과 중국 지도자들이 마오타이주로 건배하는 장면도 네 번이나 등장했다.

보통 마오타이주는 5년간 숙성된 뒤 시장에 나오지만, 30년산과 50년산도 있다. 50년산의 맛은 독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웠고, 향기는 투박하면서도 달콤했다. 빈 잔을 휘감은 장향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마오타이진(구이저우성)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6-05-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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