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탈선참사 고속열차, 왜 ‘죽음의 질주’ 했나

스페인 탈선참사 고속열차, 왜 ‘죽음의 질주’ 했나

입력 2013-07-26 00:00
업데이트 2013-07-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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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사 속도광” 의혹도…당국, 기관사 등 정식 수사착수

80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시(市) 고속열차 탈선 사고의 원인이 과속 운행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왜 해당 열차가 이처럼 ‘무모한 질주’를 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페인 열차 사고 당시 CCTV 장면이 25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지난 24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역 근처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해 80명이 사망했다.  유튜브 동영상캡쳐
스페인 열차 사고 당시 CCTV 장면이 25일(현지시각) 공개됐다. 지난 24일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역 근처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해 80명이 사망했다.
유튜브 동영상캡쳐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갈리시아주의 사법당국은 해당 열차의 기관사 등을 상대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갈리시아주 사법고등법원은 담당 판사가 경찰에 기관사를 신문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이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스페인 언론 등에 따르면 국영철도회사 렌페(Renfe)의 프란시스코 호세 가르손(52) 기관사는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며, 정식 체포되지는 않았으나 경찰의 감시를 받는 상태다.

가르손은 이번 사고를 둘러싼 최대 쟁점인 과속운행의 경위를 밝힐 열쇠를 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사고 장면이 촬영된 CCTV 화면을 보면 객차 8량으로 구성된 사고 열차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급커브길에 진입했으며, 커브를 돌기 시작하자마자 중간 부분부터 옆으로 쓰러지며 마구 뒤엉켜 버렸다.

가르손은 당국의 조사에서 규정 속도를 훨씬 벗어난 시속 190km로 운행하고 있었음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탈선 직전 무전에 대고 “(시속) 190km로 가고 있다. 탈선할 것 같다”며 황급한 어조로 소리치기도 했다.

해당 곡선 구간의 제한속도는 시속 80㎞였으며, 직선구간에서 곡선구간으로 접어들면서 속도를 대폭 낮추게 돼 있었다.

스페인 언론들은 가르손이 예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그가 개인적으로 속도에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속도계 바늘이 시속 200㎞를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난 지금 한계속도로 달리고 있다”며 “이보다 빨리 달리면 그들이 벌금을 물릴 것”이라는 ‘아찔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친구의 글에다 “민방위대 옆을 질주해서 과속 경보기가 울려대면 느낌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며 “하하하, 렌페가 벌금 꽤 받겠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가르손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25일 오전 삭제됐다.

렌페에 따르면 그는 30여년간 이 회사에서 근무했으며 철도운전 경력도 10년이 넘는다.

사고 열차에는 가르손 말고도 기관사가 한 명 더 타고 있었으나, 사고 시점에 그는 운전실에 없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그러나 기관사의 개인과실로 섣불리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과속 경고장치가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했는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기술적인 문제도 쟁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히 두 개의 속도제어 및 경고 시스템이 서로 교체되는 역 진입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부분의 스페인 고속철 노선에는 유럽에서 시행하는 위성항법장치(GPS) 기반의 제어 시스템이 적용돼 제한속도를 넘으면 자동적으로 제동이 걸린다.

그러나 속도가 느린 노선의 경우 소리와 불빛으로 경고를 하는 등 시스템이 좀더 느슨하다고 스페인 고속철도 운영기관(ADIF) 대변인은 설명했다.

사고 열차의 최대 시속은 250km로, 스페인의 대표 고속열차인 AVE(최대 시속 310㎞)보다는 다소 느린 알비아(Alvia) 730 기종이다.

렌페 측은 해당 열차가 사고 당일 아침에도 안전점검을 통과했다며 차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은 부인했다.

당국은 사태 수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과 소피아 왕비는 25일 저녁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찾았다.

국왕 부부는 알베르토 누네즈 페이호 갈리시아 주지사 등을 대동하고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을 방문, 피해자들을 위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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