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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분열 차르에게 달렸다

우크라이나 분열 차르에게 달렸다

입력 2014-02-25 00:00
업데이트 2014-02-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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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 3

베이징올림픽 개막 하루 전이었던 2008년 8월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조지아를 칠 것을 명령했다. 조지아 정부가 자국 내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야가 러시아로 편입하려 하자 남오세티야 츠힌발리에 포격을 가했고 러시아가 곧바로 응징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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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위대에 의해 축출된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첨예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에 서방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조국 수호자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에 있는 무명용사들의 무덤을 찾은 푸틴 대통령 모습.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시위대에 의해 축출된 이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힘겨루기가 첨예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에 서방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조국 수호자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에 있는 무명용사들의 무덤을 찾은 푸틴 대통령 모습.
모스크바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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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美와 나란히 선 티모셴코
EU·美와 나란히 선 티모셴코 3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하다 정계에 복귀한 우크라이나 야권의 상징 율리야 티모셴코(가운데) 전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조프리 파야트(왼쪽) 미국 대사와 얀 톰빈스키 유럽연합(EU) 대사와 만나 사진을 찍고 있다.
키예프 AP 연합뉴스


소치 동계올림픽이 폐막하던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친서방 시위대가 푸틴이 후원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축출하자 서방은 곧바로 모스크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영토가 쪼개져서는 안 된다”며 압력 반, 읍소 반의 메시지를 보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송에 나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 개입할 경우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국 역시 푸틴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편집 부국장이자 외교 칼럼니스트인 사이먼 티스달은 “우크라이나가 통일성을 유지할지는 향후 며칠간 푸틴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반대파를 억압해 온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 혁명이 러시아로 번지는 것을 가장 염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를 즉각 소환하고, 우크라이나 수입 관세인상 위협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몰도바, 조지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을 엮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건설하려던 야망이 물거품이 될 상황에서 자존심 강한 푸틴 대통령이 이 정도 항의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푸틴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우크라이나 남단 크림반도에 있는 자국 ‘흑해 함대’를 전격 투입해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아예 러시아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은 유럽연합(EU)과의 충돌로 이어져 조지아 작전 때처럼 쉽사리 결정하기는 힘들다.

군사 개입보다 완화된 카드는 크리미아(크림) 자치공화국 등 러시아계가 많은 지역의 자치권을 강화시켜 서방과 유착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힘을 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향후 우크라이나 정부가 친러시아 지역을 차별한다면 푸틴이 이 지역들만 골라 독점적으로 협력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방식도 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푸틴이 서방과 협력해 중립적인 정권을 세우고 경제 협력도 공동으로 모색하는 소위 ‘핀란드식 중립 노선’을 우크라이나에 이식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양보와 정치적 성숙을 필요로 하는 이 방식을 공격적인 푸틴이 채택할지 미지수이고 무엇보다 친서방과 친러시아로 쪼개진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를 소화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2014-02-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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