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가족’ 위하여… 바티칸 50년 만의 대혁명

‘상처받은 가족’ 위하여… 바티칸 50년 만의 대혁명

입력 2014-10-15 00:00
업데이트 2014-10-15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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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동성애·이혼 포용 움직임

“많은 주교가 2차 바티칸 공의회 때와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모든 문제를 다 논의해봐야 한다.”(루이스 안토니오 테이글 추기경)

“아니다. 걱정스러운 경향이다. 대다수 주교가 반대하고 있는데 바티칸의 공식발표에 묻혀 보이지 않을 뿐이다.” (레이몬드 레오 버크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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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주교 시노드
심각한 주교 시노드 13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 참석한 각국 200여명의 주교들이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는 쪽의 입장 변화가 담긴 예비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 보고서는 19일 나온다.
바티칸 AP 연합뉴스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 중간 작업물일 뿐이다.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라.”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

“나를 뽑은 걸 후회하게 될 것”이라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농담이 현실화됐다. 그가 소집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12장짜리 예비보고서가 큰 논란을 불러와서다. 사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체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지나친 보수적 태도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실제적인 세상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 가운데 하나로 “상처받은 가족들”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교회 현대화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를 받는 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가 다른 종교와의 화해를 선언하는 등 교회 안팎의 큼직큼직한 문제들을 다뤘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룰 “상처받은 가족들”이란 바로 동성애, 이혼과 재혼, 동거 등으로 만들어진 비전통적 가족들이다. 가톨릭은 그간 이 문제를 완강히 배척하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래서 이번 주교 시노드는 소집 때부터 그 ‘수위’에 관심이 쏠렸다. 일단 결혼은 이성 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분리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라는 기본 원칙은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동성애에 대해 “기독교 공동체에 기여할 바가 있다“, “파트너들 삶에 귀중한 공헌을 한다”고 긍정적 부분을 끌어냈다. 동거에 대해서도 “시민적 결합의 긍정적 측면을 본다”고 언급했다. 이혼 문제도 앞으로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면서도 “차별받는다고 느낄 수 있는 행동이나 언어를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 비전통적 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존중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교 시노드의 비서를 맡고 있는 브룬테 포르테 대주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교리나 정책상의 근본적 변화보다는 개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라면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성적인 지향과는 별개로 개개인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은 이 보고서가 정말 채택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참석자 200명 중 중간보고서 독회에서 반대입장을 나타낸 주교는 41명이었다. 교황은 비공개회의에서 모든 발언을 주의 깊게 경청할 뿐 개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절차상으로 19일 최종보고서가 제출되면 교구별로 논의에 들어간다. 그 뒤 내년 10월 다시 로마에서 2차 시노드를 열고 최종안을 확정 짓게 된다. 숱한 논란이 예상되지만, 어쨌든 최종 결정권은 교황이 쥐고 있다. 보수파의 거센 반발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10-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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