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난민 위기로 분열된 유럽…해법 찾을까

초유의 난민 위기로 분열된 유럽…해법 찾을까

입력 2015-09-07 16:13
업데이트 2015-09-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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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수용방안 놓고 서유럽-동유럽 입장차 커져해법 모색 총력…”난민 수용 대신 금전적 기여” 제안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켈레티역은 지난 며칠간 거대한 난민촌이었다. 텐트도 없이 바닥에 담요를 깔고 아이를 누인 난민 가족들은 곤봉을 들고 역사를 둘러싼 경찰들을 향해 ‘자유’를 외치며 울부짖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들을 태운 기차가 도착한 독일 뮌헨역의 풍경은 켈레티역과 180도 달랐다. 많은 독일 시민들이 지친 난민들을 위한 따뜻한 음식과 아이들 장난감까지 들고 나와 두 팔 벌려 난민을 환영했고, 난민들도 고마움과 감격을 표하며 화답했다.

며칠을 사이에 둔 두 기차역의 상반된 풍경은 난민 위기에 대처하는 유럽 각국의 상반된 시각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 유럽 동·서 갈등 고조…”이라크전쟁 이후 가장 심각”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들어온 중동·아프리카 등지 출신 난민은 35만 명을 넘어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위기에 유럽 각국이 골머리를 앓으면서 올해 그리스 위기로 한 차례 분열 위기를 넘긴 유럽은 또다시 갈라질 위기에 놓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각국의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동유럽과 서유럽간의 갈등이 이라크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난민 문제 해법을 놓고 가장 포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독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리아 출신 난민을 무조건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후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게도 난민 책임을 나눠질 것을 촉구했다. 독일은 올해 80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프랑스도 독일과 함께 원칙적으로 EU 회원국간 난민 분산 수용에 합의했다. 프랑스는 영국행을 시도하는 난민들이 모여있는 칼레항에 내년초까지 난민 캠프도 세우기로 했다.

독일과 더불어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도 비교적 포용적이다.

오스트리아도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걸긴 했지만 헝가리를 거쳐 오는 난민을 조건 없이 수용하기로 독일과 뜻을 같이 했다.

반면 시리아 난민들이 서유럽에 가기 위해 거쳐야하는 관문 국가이기도 한 헝가리를 비롯해 폴란드, 슬로바키아,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난민 분산 수용에 반대하고 있다.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남쪽 세르비아와의 국경에 4m 높이의 방벽을 쌓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난민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폴란드 등은 기독교인 난민만 가려받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의 경우 서유럽 국가지만 난민 문제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과거 난민 할당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최근 칼레 난민 위기 등을 겪는 와중에 한층 엄격해진 이민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르면 내년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영국의 경우 최근 난민 위기를 겪으며 EU 탈퇴 여론이 처음으로 잔류 여론을 앞질렀다.

난민 문제를 놓고 각국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면 EU 분열이 단순히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연일 머리 맞대는 유럽…해법 찾을까

난민 문제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세살배기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 등 잇따른 참사 속에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까지 높아지면서 유럽 각국도 연일 해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일단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9일(현지시간) 총 16만 명의 난민을 회원국이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지난 5월 지중해 난민 참사가 잇따를 당시에도 EU는 이른바 ‘난민 쿼터제’를 들고 나왔으나 일부 회원국의 반대로 실행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를 앞두고 지난 6일 각국 외무장관이 룩셈부르크에 모여 논의했으나 불화만 더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7일에는 메르켈 총리가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총리와 만나 난민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EU 내무 집행위원도 오스트리아 당국과 만난다.

동유럽 국가들이 쿼터제에는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나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회원국이 자국에 할당된 난민 수용인원을 채우지 않는 대신 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동유럽의 EU 관계자는 “국가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난민을 받지 않는 대신 금전적인 방식 등 다른 방식으로 난민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면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 국가에 불이익을 주는 시스템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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