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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차별로 무슬림 끌어안기 실패… ‘극단주의’ 키워

무관심·차별로 무슬림 끌어안기 실패… ‘극단주의’ 키워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3-23 23:12
업데이트 2016-03-2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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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왜 테러 온상 됐나

‘유럽 민주주의의 수도’ 벨기에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 테러에 이어 이번 브뤼셀 테러 용의자들의 근거지로 밝혀지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벨기에 내 이슬람 사회의 고립화, 정치 불안정, 치안 당국의 무력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벨기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극단화된 이슬람 이민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리아로 건너가 테러조직에 가입한 벨기에 국적자의 비율은 인구 100만명당 45명으로, 프랑스의 2배, 미국의 3배에 달한다. 2012년 이후 벨기에 출신으로 시리아, 이라크로 넘어가 IS 등 테러조직에 몸담은 사람은 470여명에 이르며 이 중 120여명이 다시 벨기에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이슬람 이민자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극단주의에 쉽게 기우는 배경으로는 벨기에가 이슬람 사회를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파리 테러의 주범 살라 압데살람의 고향인 브뤼셀의 몰렌베이크는 인구의 30%가 이슬람 이민자 출신이다. 인근 지역과 분리된 채 슬럼화된 이곳의 실업률은 40%다. 희망 없는 청소년들이 극단주의에 물들기에 안성맞춤인 환경인 셈이다.

유럽의 잇따른 테러는 벨기에 정부의 무능과 무기력함이 초래했다는 관측이다. 치안 당국은 몰렌베이크 등이 테러범의 소굴임을 인지했음에도 수수방관해 왔다. 지난해 파리 테러 용의자들이 이곳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당시 샤를 미셸 총리는 “(테러 사건은) 항상 몰렌베이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지난 부주의에 대한 값을 치르고 있다. 더 많은 단속이 필요하다”고 뼈아프게 반성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벨기에 정부의 무능을 오랜 부패와 정실 인사에서 찾았으며, 언어에 따른 지역 갈등이 이슬람 사회에 대한 통합 실패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테러범이 활개를 치는데도 이들을 감시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인구 1100만명인 벨기에의 정보기관 인력은 600명으로, 인구 1700만명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규모도 벨기에보다 적은 네덜란드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테러 감시가 소홀한 데다 사통팔달의 교통 환경도 이 나라를 ‘테러의 허브’로 만든 배경이다. 도로 또는 고속철도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과 다 연결돼 있어 벨기에는 유럽에서 테러범들이 이동하거나 몸을 숨기기에 가장 좋은 나라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6-03-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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